데코 보코 데이즈
야마모토 유키히사 지음, 권남희 옮김 / 홍익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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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아...이런 류의 일본 소설을 참으로 좋아했었다.

엄청나게 탐독하고 닥치는 대로 족족 읽어대던 시절...이 책도 읽고보니 당연히 그때 이미 읽었던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새로 읽는것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수 있는걸 보면 역시 난 젊은 청춘들의 꿈과 사랑 좌절과 방황 뭐 이런걸 쓰는청춘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출판년도를 보니 자그마치 2007년...아마도 한창 일본 소설출간붐이었을때 출간된 책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는데도 지금 읽어도 유치하거나 문장이 어색하지않고 그때 처음 읽었을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30대의 배나온 남자 2명과 23살의 꽃다운 아가씨..이렇게 3명이서 꾸려가며 돈도 안되는 일을 하는 작디작은 광고회사 보코구미

유원지의 캐릭터 공모전에 출품하지만 다른 회사와 합작을 해야 하고 그곳 사무실에 나미가 파견나가는 형태가 된다.

게다가 그 회사가 공교롭게도 보코구미의 창립멤버였던 고미야가 이곳을 나가 새로 만든 광고회사이기에 처음부터 신경을 쓰인 나미는 의외로 그곳 사장이자 모두가 마녀라고 하는 고미야에게 인간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되고 그녀가 보코구미에서의 일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늘 운이 없고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미는 자신감이 넘치고 늘 자신만만하며 자신이 원하는 뜻대로 밀고나가는 그녀 나미야를 어느 정도 동경하게 되지만 그들이 같이 추진했던 유원지의 일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다시 보코구미로 돌아가는데...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나와 의기투합해서 만든 보코구미의 삼총사와 10년후 그곳 보코구미로 들어온 나미의 이야기지만 화자는 20대 시절의 오타키와 지금의 나미 두 사람이 지금과 10년전의 이야기를 번갈아 오가며 그려내고 있는데 10년이라는 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은 다른듯 어딘가 닮아 있는걸보면 20대의 고민이란건 어찌보면 다 비슷한지도 모르겠다.사랑이라든가 앞으로의 진로라든가...

뭐든 손만 대면 탁월한 실력을 보이는 천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구로카와와 그런 친구를 보면서 갈수록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그런 자신이 더 실은 오타키의 고민과 디자인실력은 별로지만 사람을 대하는것에 소질이 있어 다른 두 사람을 대신해서 작은 보코구미를 이끌어가던 고미야는 처음 뜻을 같이 해서 사무실을 열때와 달리 결국은 헤어지게 되고 마는데 세 사람의 성향을 보면 당연한 결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더 큰곳을 동경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자신들의 이름을 떨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 고미야에게 능력은 충분한데도 더 이상 크게 성공하고 싶어하지않고 많은걸 욕심내지않는 다른 두사람과의 동거는 언제가 되었든 결국은 헤어짐이 당연한 수순인데 이 책에서는 그곳을 떨치고 나와 나름 성공을 이룬 고미야지만 늘 그곳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마치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20대를 그리워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기에 그녀의 실패와 그런 그녀가 결국 그곳으로 돌아가는 결말은 소설이기에 가능한 결말일지라도 흐믓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언제든 원하다면 다시 새롭게 시작할수 있다는 꿈같은 희망을 준달까

부딪치고 깨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않는 고미야가 그래서 더 멋지게 느껴지기도 한다.

재미도 있고 가독성도 좋고 뭔가 의미도 있는...역시 이런 책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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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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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공허같은 상실된 마음과 청춘의 방황을 날카롭게 표현해서 내 20대의 불안감을 위로해주던 하루키의 작품들은 이제는 예전같은 날카로움이 아닌 어딘지 여유로움이 묻어나오는 작품으로 또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에세이집을 비롯하여 꾸준하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하루키에게 이 작품 `애프터 다크`는 특히 그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소설이기에 더 의미가 있지않나 생각한다.

데뷔작인`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나 그의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젊은 청년이 주인공이었고 이번 작품에서도 젊은 청춘들이 주인공이긴하지만 역시 작가 자신이 주인공과 같이 젊었을때 같은 세대를 대표하는 화자로서의 글과 달리 이번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서인지 직접적인 화법이 아닌 카메라를 들여다보는듯한 관찰자적 입장에서 그들의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일단 눈에 띈다.

 

 

 

도시는 낮과 밤이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야누스와 같은데 낮의 밝음과 달리 어둠을 내포한 밤엔 뭔가 은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것 같다.

그런 남과밤의 극명한 대립이 여기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잠들어버린 에리와 그런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리로 비교되고 있다.

잠든듯 잠들지 않은 에리의 정적인 모습과 모범적인 삶을 살면서 언니에게 외모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마리의 활동적이지 않은듯하면서도 활력이 있는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둘의 하루밤의 모습을 에리에게는 카메라로 관찰하는듯 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표현을 하고 있고 마리는 이와 달리 직접적 화법을 통한 표현을 해서 둘의 모습을 대비하고 있다.

하루와 또다른 하루가 연결되는 가장 근접한 시간인 PM 12시를 전후로 자신의 일때문에 혹은 또다른 이유로 잠 못 이루고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 중엔 어느날 갑자기 잠들어버린 언니 에리를 둔 마리가 있다.

그런 그녀에게 알은체 해 온 남자인 다카하시를 통해 갑작스럽게 중국어 통역이 필요한 러브호텔의 매니저인 가오루와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를 조금씩 전개되고 있는데 책속에서 가오루가 근무하고 있는 러브호텔의 이름이 `알파빌`이란 것이 도시의 밤의 모습을 제일 잘 표현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애정과 아이러니를 필요로 하지않는 섹스만을 위한 공간인 알파빌과 그런곳을 들락거리며 겉으로는 완벽한 직장인의 모습을 한 채 가족과도 소통하지 못하고 돈으로 섹스를 사는 또다른 남자 시라카와는 밤의 어둠을 닮아있으면서도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무언가로부터 쫏기는듯 늘 바쁜듯이 살아가면서 가족과도 소통하지 못하는...마치 모두가 각각 섬과 같이 감정적 정서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 모두를 통해 하루키가 말하고자 한 건 뭘까?

아무리 어둡고 긴 밤이라도 결국 또 다른 날이 오면서 어둠을 물러가고 밝음이 온다는 것처럼 누구나 각자 고통스럽고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면 결국 어둠을 이겨 낼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아님 모두가 각각 떨어진 섬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옆으로 손을 뻗쳐 각자가 체온과 온기를 나누면 어려움을 헤쳐나가기가 조금 더 수월하다고 말하고 싶은걸까?

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애프터 다크`는 에리와 마리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라카와와는 다른 결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밤의 어둠과 완벽하게 녹아든 무기질적 인간인 시라카와는 더 이상의 변화가 없을거지만 아직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에리와 마리의 모습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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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 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3
미우라 시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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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이상 장수하는게 신기하지않은 세상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흔하게 보이는게 노인들의 모습이고 메스컴이나 재테크관련 강좌에서도 끊임없이 강조하는게 100세 시대 어떻게 잘 살것인가를 화두로 내세우는걸 보면 장수는 이젠 필연이고 운명이다.

평소 가슴 따뜻한 이야기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써온 미우라 시온이 이번엔 70대의 두 노인콤비를 내세웠는데 생각했던것만큼 칙칙하거나 무겁고 부담스러운 게 아닌...노인이라는 설정을 겆어내고 보면 그저 한동네에서 나고 자란 너무 다른 두 남자의 이야기와 별다를바 없음을 알수 있다.

젊은 사람만이 주인공으로 내세워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쏟아져나올것 같다.

그리고 이제껏 노인을 상대로 한 이야기는 기껏해야 주인공의 윗대를 설명할때의 양념같은 존재이거나 혹은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의 비참한 말로 같은걸 설명할때의 모습이 전부였는데 이 책의 주인공 마사와 겐처럼 젊은 사람과 생각하는 거나 행동하는 게 별다른 차이가 없이 그저 나이를 먹었을뿐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낼 책이 앞으로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이먹었지만 그것 나름대로 귀여운 두 남자 마사와 겐 이야기

 

 

두 강이 만나 삼각지를 이룬 오래된 마을 Y동네에서 나고 자라 거의 한평생을 같이 살아온 마사와 겐

전후 어려운 나라경제에 톡톡히 한몫을 했다는 긍지를 가진 구니마사는 대학을 나와 은행에서 퇴직할때까지 한눈을 판 적도 없이 성실하게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렸지만 아내는 딸아이집으로 간 지 1년이 넘고 늙으막에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럽고 왠지 억울하다 생각하고 있다.

반면 초등학교도 못나왔지만 쓰마미 세공으로 평생을 설렁설렁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겐지로

얼핏보기에도 상반되는 성격과 배경을 가진 두사람이지만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과 아끼는 마음엔 차이가 없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걸핏하면 서로 싸우고 삐치는 귀여운 두 남자와 철없이 막나가던 시기를 지나 개과천선해서 겐으로부터 쓰마미 간자시세공을 전수받으려는 뎃페의 좌충우돌 귀여운 일화들

 

귀엽기까지한 두 늙은 남자와 새파랗게 젊어 실수 연발인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마사와 겐

연작형태의 소설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그저 두 사람의 나이가 많다는 걸 빼면 젊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책과 차이점이 그다지 없다.

이 두사람을 보면 나이들어서 반드시 필요한게 돈과 즐길수 있을 취미나 기술뿐 아니라 마음을 알아줄 친구라는 존재도 필요함을 알수 있다.

마음속으로 자신이 겐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고 생각해왔던 마사가 홀로 남은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기술을 전수받으려는 제자가 있고 그 제자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아직도 현역으로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겐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모습이 줄 곳 잘 그려져있다.젊었을때부터 순탄한 삶을 걸어왔던 자신이 말년에 자신보다 못하다 생각했던 겐으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늘 즐겁게 살고 있는듯 보이는 겐을 부러워하는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 우정이란 것이 오래 유지될려면 조금이라도 자신의 처지가 상대방보다 낫다고 생각해야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사의 고민과 우울함이 겐과의 우정과는 별개로 십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 3자의 눈으로 봐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던 마사와 장인으로서는 훌륭하지만 그 밖의 문제에선 설렁설렁하며 아내도 자식도 없이 홀로 남은 겐 두사람을 비교하면 마사가 훨씬 모범답안 같은 삶을 살았다고 손들어 줄수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름을 알수 있다.

아내와 자식을 먹여살리긴했지만 그들을 보듬어주고 가족간의 유대를 쌓는데는 실패해 소통에 문제를 가지게 된 마사와 가족간의 균열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 더 와닿는 부분이고 우리시대의 아버지상과 비슷한 마사의 억울함도 일견 이해가 간다.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 데 도대체 왜? 라는 마사의 고민은 그래서 우리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모든일에 설렁설렁한듯한 겐은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철저하고 실수를 용납하지않는 장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겐이라는 인물이 마사가 보는 모습과 비슷하지만 다름을 알수 있다.그런면을 마사 역시 인정하고 있고...

이렇게 서로 정반대의 성격과 기질을 가진 두 사람이라 늘상 의견 대립이 있고 다투며 삐치기도 하지만 내면 깊은 곳엔 서로를 향한 이해와 애정이 있기에 두 사람의 다툼은 날을 세운듯한 모습이 아니고 그런 그들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70대의 노인들도 우리와 별다를게 없는 사람들이란걸 새삼 깨닫는다.

싸우고 화내고 삐치고 그리고 화해하기도 하고...

노인이란 별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은 우리들의 자화상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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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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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하나

실제 내 나이완 한참의 간격이 있지만 왜 작가가 서른한살의 남녀를 주인공으로 글을 썼는지는 약간 짐작할수 있을것 같다.

20대의 풋풋함이나 도전정신은 옅어졌지만 나름의 커리어가 있고 연애도 몇번의 실패를 통해 어느정도 기대치를 낮춰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게 되는 나이가 삼십대 초반이 아닐까 싶다.

책속에는 갓 서른을 넘긴 서른한살의 수많은 남녀가 등장하고 글 역시 31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웃기는 건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도정제 시행전 할인이 많이 된다는 이유로 쓸어 담아놨던 책 중 하나라 내용이 어떤건지 모르는건 당연하고 심지어는 기피하다시피하는 단편집이라는것조차 모르고 읽기 시작해 첫편을 읽고 당연히 소제목이라 생각해서 처음과 전혀 다른 여자가 등장해도 복합 주인공이라 생각했다가 세번째를 읽고서야 이상하다 여겨 뒷편의 소개글을 읽고 단편집이라는 걸 깨달았다는...한마디로 웃기는 짓을 했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첫편의 글 마지막이 끝이라는 느낌없이 계속 이어지는 느낌으로 되어있어 당연히 다음 편이랑 연결되는 스토리라 짐작할수 밖에 없었기에 그냥 주욱 읽어 내려가게 되었으니 꼭 나의 바보짓만 탓할것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ㅎㅎㅎ

 

 

 

능력도 있고 저축도 많이 한 커리어 우먼들이 주로 많이 등장하는데 얼핏보면 성공한 여자들 같지만 대체로 뭔가 결핍이 있거나 불안감이 있고 현재 남편이 있거나 애인이 있는 상태임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소개글에는 사랑스럽고 재기발랄한 가운데 독설이 있다는 평이지만 내가 느낀바로는...

왠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관계에 대한 공허함이나 외로움 같은게 깊이 내재되어 있고 완벽한 개인주의가 지배하고 있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관계가 편안하다기 보다는 언제 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강하게 깔려있다.주인공들이 문득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충동에 가까운 짓을 하는걸 보면 그럼 점이 더 두드러진다.

그래서 글을 읽는 내내 허무함이 많이 느껴지고 마치 우리사회의 현모습을 보여주는것 같아 우울해진다.

어느새 남녀간 차이가 거의 없어진 직장...연애보다 일이 좋은 여자들...옆에 애인이 있으면서도 늘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찾는 남과여...연인같으면서도 연인같지않은 모습들

 

한창 이런 류의 일본소설이 감성소설이라느니 혹은 연애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유행했던때가 있었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남녀간 연애를 하면서도 서로 얽매이지 않고 헤어짐도 쿨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그때는 멋있게 보였드랬다.왜냐...나는 도저히 그런 관계를 가질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큰 망설임없이 실행에 옮기는 그들을 보고 대리만족이라는 걸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유부남이나 유부녀라도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대쉬를 하고 그들의 배우자눈을 피해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그리고 그 모든걸 사랑이라는 말로 아름답게 포장하며 사랑이라면 모든걸 용서하는...

그때 읽었으면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읽은 심정은...허무하고 씁쓸하다는 생각뿐이다.

쿨한 연애라는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않는다는 걸 알만한 나이이기때문인지 아님 그런 연애가 얼마나 허무하고 소모적인 짓이라는걸 깨닫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역시...소설도 유행따라 읽어야 되고 그때그때 읽어줘야겠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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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여행
미우라 시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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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자신의 수명을 다 누리고 가는 자연사가 있고 사고사,병사에다 가장 바람직하지않은 형태의 죽음인 자살이 있다.

우리의 생활 전반이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볼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그래서 죽음을 이야기하길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자연사가 아닌 죽음을 주로 다루는 장르소설이나 영화를 제외하곤 죽음을 다루는 작품을 다소 부담스러워 하기에 대부분의 작품에서 죽음은 미화되거나 혹은 남겨진 사람들간의 화합을 이루는 고리로 많이 다루고 있다.

일명 힐링소설같은 형태도 그렇고...

이 책 `천국여행` 역시 제목이나 표지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그러했기에 내용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않았다.

이런 식의 작품이 너무나 많이 출간되고 있기에 다소 식상하다 생각했지만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단편임에도 각각의 이야기들이 생각했던것보다 너무 좋았다.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이야기에 어떤 형태로든 죽음이 연관되어 있고 대부분의 죽음이 자연사는 아니다.

생활에 찌들고 말안듣고 문제만 일으키는 자식에다 이젠 차라리 서로 안봤으면 좋을것 같은 마누라의 넋두리에 지친 가장이 홧김에 자살을 결심하고 나무의 바다에 들어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나무의 바다`에서의 죽음은 그야말로 진짜로 죽고 싶은 사람이 아닌 그저 아내에게 보란듯이 죽어주리라 하는 못된 심정으로 죽음을 실행해볼까하는 다소 이기적인 모습의 죽음을 그리고 있고 `유언`에서의 죽음은 서로 불같은 사랑을 해서 한때 반대하는 부모를 피해 동반자살을 꿈꾸던 어느 노부부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그들 부부에게 죽음이란 사랑의 증명과 같은 것

전생에 못다 이룬 인연을 기필코 이번엔 이루리라 결심한 한 여자의 집착과 미련을 그리고 있는 `꿈속의 연인`에서의 죽음은 사랑이라 여겼던 연인의 비정함을 그리고 있다.

일가족 동반자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가 홀로 살아남은것에 대한 죄책감과 죽음의 부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게 `SINK`다.

 

7편중 유일하게 자연사를 그린 `첫 오봉 손님`을 제외하곤 전부 자연스러운 죽음의 형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죽음이 잔인하다거나 비참하게 느껴지지않는다.

그저 어쩔수 없었다라는 이해와 어느정도는 그들의 선택이 납득이 가는 죽음들

그리고 그 죽음보다 그 죽음뒤에 남겨진 사람들이 가지는 의문이나 상처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기에 훨씬 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현실에의 도피나 홧김에 혹은 사랑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서 동반죽음을 택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 그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나 아픔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있기에 그런 죽음을 택한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적인 횡포를 부린것인지 새삼 깨닫는다.죽으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않는다는 걸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비록 삶이 더럽고 치사하고 아파도 살아라 살아남아라 라고 ...

억지스러운 슬픔이나 눈물을 강요하지않고 죽음을 이야기하기에 더 와닿았던게 아닐까?

새삼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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