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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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어른들 몰래 어른들의 세계를 염탐하듯 탐닉하게 한 책들 중에는 주드 데브루도 있었고 그래서 이번에 북폴리오에서 오만과 편견을 새롭게 해석한 로맨스 소설이 그 주드 데브루의 작품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오만과 편견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는 고전 로맨스 소설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인데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 영화며 책으로도 무수히 많은 작품이 나오고 있지만 언제 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이기에 더욱 반가웠다.
결혼 적령기의 부유한 귀족 다아시는 사실 오만하고 거만할 만한 조건의 남성이었다.
귀족인데다 부유하고 젊으며 외모 또한 훈남이니 결혼 적령기의 미혼 딸을 가진 부모에게 어찌 어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또한 당시 시대적 분위기가 모든 것이 남성 위주였으며 특히 재산권은 무조건적으로 남자의 권리이고 상속 역시 남자에게만 이뤄지던 시대여서 여성에게 있어 결혼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기에 다아시의 태도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다아시의 현대판 역엔 이런 조건에다 조금 더 첨가해서 많은 여성팬들에게 사랑받고 또 그런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섹시한 영화배우 테이트 랜더스이다.
어릴 적에 데뷔해서 승승장구를 달리는 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는데 자신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가족은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이고 그런 그의 마음을 이용해 먹는 나쁜 놈의 행동을 알면서도 가족을 위해 참기도 하는...알고보면 자상하고 가정적인 그런 성격이 테이트이다.
다아시의 사랑을 받게 되는 엘리자베스 역엔  셰프인 케이시이다.
그녀는 엘리자베스와 마찬가지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지 않지만 당시 시대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통찰력과 사고력을 지니고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던 엘리자베스처럼 요즘 시대에 걸맞은 커리어 우먼이자 혼자 힘으로 레스토랑을 살린 당찬 여성이기도 하다.
그런 케이시와 테이트의 만남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자신이 샀지만 한 번도 둘러보지 못했던 서머힐의 저택에 둘러 어릴 적 엄마의 추억처럼 테라스에서 샤워를 하던 테이트가 알몸으로 케이시와 마주친 것
그녀를 자신의 뒤를 쫓는 파파라치라 오해한 테이트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 만무하고 케이시 역시 아무리 그가 잘생기고 섹시한 몸을 가진 영화배우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무뢰한 남자에게 끌릴 이유가 없었기에 둘은 처음부터 낯을 붉혀가며 큰소리가 난다.
테이트에게 이런 케이시의 행동은 유명한 로맨스 드라마들의 정석처럼 내게 이렇게 막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였고 당연히 테이트는 케이시에게 매혹된다.
케이시 역시 테이트의 외모부터 알면 알수록 성격까지 마음에 들지만 이곳으로 오기전 호되게 사랑에 실패한 경험에다 서로 너무 다른 재정적 사회적 차이 때문에 상처를 입게 될 것 같아 망설이게 되는데 이런 두 사람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뱀처럼 서로의 마음에 의심을 심어놓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데블린
그 역시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만 재능도 부족하고 끈기조차 없는... 그저 여자들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재주만이 탁월한 테이트의 전 처남이었다.
테이트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주변을 맴돌다 그의 마음이 케이시에게 있음을 간파한 데블린은 여자들에게 제법 어필하는 매력을 동원해 케이시의 불안한 마음에 의심을 심고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작전을 짜 그로 인해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는 안개가 낀다.
작은 도시 서미힐에서 마을을 알리기 위한 연극을 하게 되고 그 연극이 오만과 편견이며 배우와 스태프가 서로 눈빛이 오고 가는 가운데 썸을 타는 남녀들의 이야기가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잘 섞여있다.
마치 세익스피어의 희극인 한 여름밤의 꿈이나 헛소동 같이 몇쌍의 커플이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한바탕 오해와 소동이 벌어지는 유쾌한 로맨스소설이었다.
자극적이지않고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러워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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