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 - 위기의 남자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5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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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사건 전담반에서 콜드 히트가 나왔다.
오래전 미제 사건의 증거를 현대적인 수사기법인 DNA 분석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DNA와 일치하는 걸 콜드 히트라고 하는데 이번에 나온 콜드 히트는 자그마치 22년 전 사건이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게 의심스러운 점이 드러났고 수사팀 반장은 이 사건을 해리에게 맡긴다.
여대생을 목졸라 잔혹하게 살해한 이 사건 당시 그녀의 목 주변에 이 혈흔이 묻어있었는데 그게 이번에 누구의 피인지 드러났지만 용의자는 당시 8살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조사 중 여러 사건 증거물이 섞였는지 혹은 누군가의 실수였는지 그걸 알아보라는 지시였다.
이런 때 경찰 수뇌부의 관심을 사고 정치적 압력이 들어오는 정치적인 사건인 이른바 하이 징고 사건이 역시 해리에게 배당되었다.
그 사건의 피해자는 뜻밖에도 해리와 천적관계에 있다 경찰에서 쫓겨나다시피한 후 시의원이 되어 돌아와 경찰 조직 모두에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어빈 어빙의 아들이었고 그는 늦은 밤 홀로 호텔에 투숙한 후 그 호텔 앞에서 떨어진 채 죽어있었다.
얼핏 보면 명백히 자살 사건임에도 어빙은 이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경찰국장은 그의 손을 들어줘 어빙의 요구대로 해리에게 이 사건을 맡긴 것이다.
누구보다 정치적인 사건을 싫어하는 그지만 어쩔 수 없이 사건을 맡은 해리는 사건을 수사하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죽은 사람의 등에서 특이한 모양의 멍을 발견한 해리는 단박에 그 멍이 어떻게 생긴 건지 파악하고 증거를 쫓다가 이 모든 게 결국 시의원인 어빙의 부정과 연결되어있음을 밝혀낸다.
한편 성범죄자들의 사회복귀를 준비시키는 곳인 사회적응훈련원에 들어가 있는 콜드 히트 사건 용의자인 펠을 만나러 갔다 그곳에서 그들의 재활을 돕는 정신과 의사 해나를 만나고 해리는 그녀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지만 늘 성범죄자들에 대해 약간의 동정심도 없을 뿐 아니라 여러 사건의 경우를 통해 그들은 절대로 교화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해리에 반해 해나는 그들을 동정하고 그들에게 꾸준한 치료와 상담을 하면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데다 그녀의 아들 문제도 있어 둘은 서로 강하게 끌리지만 그들의 미래는 밝지 않다.
늘 자신 스스로도 말했듯이 어딘가 깊은 슬픔이나 비밀을 간직한 여자에게 끌리는 해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자와 관계를 맺었고 거기에다 이번엔 그가 신청했던 드롭 연장 즉 퇴직을 유예하는 일에 그가 원했던 5년이 아닌 불소급 4년이라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등 일과 사랑 모두에서 어느 때와 달리 흔들리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에게는 경찰이라는 직업이 가장 어울리는 일일뿐 아니라 사랑하는 딸이 고교 졸업과 동시에 일자릴 잃는 일은 가장 원하지 않는 결과이기에 드롭의 결과는 그를 좌절시키기 충분했다.
이렇게 이번 편에선 늘 범죄자를 잡는 일에 사명을 가지고 강한 신념으로 처리하던 해리가 실직의 두려움에 고민하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이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딸아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일자릴 잃을까 봐 걱정하는 여느 평범한 가장의 모습은 낯설듯 익숙하게 다가오고 그래서 더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이 징고 사건에 발을 깊숙이 들인 한편 미해결 사건에서 진전을 보인 해리 앞에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엄청난 악의의 발견은 그로 하여금 인간의 악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건지 근원적인 회의를 느끼게 했을 뿐 아니라 끝없는 범죄와의 전쟁에다 정치적인 계산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형태에 피곤함은 느끼게 하지만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있는 거라던 전직 파트너 라이더의 격려는 그에게 큰 힘이 된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해리 그에게는 형사의 임무가 사명이었고 라이더의 말은 그의 사명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지만 믿었던 사람의 변절이라는 또 다른 슬픔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늘 사건 앞에 정치적인 판단이나 계산 같은 그 어떤 터부도 용납하지 않았던 해리
이번에도 결국 홀로 남는다. 마치 홀로 남아 혼자 떠돌던 코요테의 모습처럼 고독하지만 정의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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