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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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고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가정을 그리고 있는 서미애의 신작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복잡한 트릭이 있거나 거대 음모가 있어 범인을 찾기가 어렵다거나 한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범인은 뻔히 보이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진범의 정체도 쉽게 눈치챌 수 있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무얼 가지고 이야기의 승부를 걸까?
제목에서 많은 걸 이야기하고 있다.
별이 사라진다면 우린 어두운 밤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빛도 없는 깜깜한 곳에서...
온 집안을 빛으로 밝히던 딸이 다른 아이들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던 그날 밤
늘 같은 날이 계속되리라 믿었던 믿음이 부서지던 그 밤에 죽은 건 딸아이만은 아니었다.
딸 수정을 잃어버린 날 우진의 가족도 같이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고 사랑하는 가족을 느닷없이 잃어버린 다른 사람들처럼 그 밤 이후로 이 집에선 웃음이 사라졌다.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던 우진에게 걸려온 전화는 또 다른 몰락의 전초였다.
왜 이렇게 자신을 구차하게 만드느냐는 절규를 남기고 눈앞에서 뛰어내린 아내의 마지막 말로 인해 딸아이의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우진은 자신은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된다.
누군가가 보낸 쪽지에는 진범이 따로 있다고 쓰여있었고 알고 보니 범인이었던 아이들도 소년법이 적용되어 제대로 된 형량은커녕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게 까짓이었다.
딸아이를 죽인 범인이 수십 년을 교도소에 갇힌다 한들 죽은 딸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지만 지은 죄에 걸맞은 벌조차 받지않고 그들이 있는 집 자식이라는 이유로 교묘하게 법을 피해 갔다는 사실은 우진으로 하여금 분노를 넘어 허탈하게 한다.
자신들에겐 전부였던 딸이 그토록 허망하게 사라진 것도 억울한데 게다가 자신은 몰랐던 진범의 존재까지...
딸아이의 죽음에 뭔가 또 다른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된 우진은 잊고 싶었던 그날 밤 사건의 당사자 뒤를 쫓다 숨어있던 공범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마침내 그날 밤의 진실을 알게 된다.
우진이 딸아이의 죽음의 진실을 찾으면서 목도한 건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한 유전무죄의 현장이었다.
돈이 있고 권력이 있으면 정당한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도 있는 부조리한 세상... 이런 부조리한 세상에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일탈을 자행하는 아이들의 손에 의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던 딸아이는 희생되었음을... 자신은 이런 세상으로부터 가족을 지키지 못한 못난 가장이었음을 눈물로 깨닫는 우진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에 그의 분노가 그의 좌절이 그의 허무가 와닿았다.
같은 죄를 지은 사람들에겐 동일한 형량을 주는 것... 그 사람이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거나 법을 좌지우지할 힘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적어도 동일 범죄엔 동일한 벌이 적용되는 사회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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