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혹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그 거친 환경에 따라 조금씩 거칠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일상은 늘 목숨을 걸고 거친 파도와 싸워서인지 욕은 기본이요 쌈질에 심한 경우 칼도 휘두르는 거친 폭행이 일상이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 역시 그와 다르지 않고...
하지만 이렇게 거칠고 잦은 폭력이 일상인 사람들도 용납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바로 이 배 볼런티어호에서 벌어진 어린 사환 소년의 죽음 같은 일은 아무리 거친 행동을 예사로 일삼은 뱃사람들도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 일이었고 그래서 포경선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선장은 의사인 섬너의 의견보다 쉽게 해결 가능한 드랙스의 의견을 따른다. 그는 다른 일을 실행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중이기도 하다.
포경선인 볼런티어호에는 각양각색의 사람이 각자의 속내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고래를 잡으러 가는 포경선이지만 사실은 선주인 백스터의 뜻에 따라 사양길에 들어선 고래잡이로 인해 골칫거리가 된 배를 침몰시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늘 불운한 사고가 따라다녀 아무도 더 이상 그를 고용하지 않으려는 불운의 아이콘같이 돼버린 브라운리 선장과 몰래 계획하고 있던 상황이고 의사인 섬너 역시 인도에서 뭔가의 일로 군대로부터 축출된 상황이었으며 거친 남자 드랙스 역시 배를 타기 전 이미 사고를 친 상황이었다.
목숨을 걸고 고래와의 한판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렇게 각자가 다른 속마음을 품고 있어서인지 볼런티어호에선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소년의 죽음에서 미심쩍은 점을 파헤치던 섬너로 인해 위기에 몰린 드랙스가 사고를 치고 결국 흉포한 본성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배를 침몰시키기 마땅한 장소로 이동하던 중 빙산과 충돌하는 사고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위기로 치닫는다.
사람은 최악의 순간 자신도 몰랐던 본성이 드러난다고 했던가?
겉으로는 늘 목숨을 걸고 거친 파도와 싸우며 고래를 잡던 선원들이 위기에 처한 순간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생각만 틈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닌 그저 거친 환경에 살다 보니 거친 태도가 몸에 익었을 뿐이었단걸 알게 된다.
이런 위기에서 드랙스 같은 인간이 살아남는 건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이었지만 늘 아편에 취해 자신이 한 선택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하던 섬약한 섬너가 분발하리란 건 예상외의 일이었다.
그는 왜 그렇게 드랙스를 용서하지 못하고 잡고 싶어 한 걸까?
거기에는 그가 인도에서 한 행동과 연관이 있다.
그를 도왔던 인도 소년의 죽음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신은 모든 걸 잃었는데 그에게 지시를 내렸던 상관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것에 대한 억울함이 남아있었던 섬너... 그래서 그의 선택은 비록 공허함과 외로움을 담보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짜릿했을 것이다.
거친 파도 위에서 작살로 고래를 잡는 장면의 묘사가 거칠지만 생생해서 더 실감 났었고 빙상과의 사투나 싸움의 묘사 역시 마치 현장을 곁에서 보는 듯 실감 나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거친 표현이라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