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어링의 여왕 티어링 3부작
에리카 조핸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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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의 어린 소녀는 여왕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화려하고 장엄한 즉위식이 아닌 피 묻은 갑옷을 입은 채 가짜 왕관을 쓰고 마치 거리공연을 하듯 즉석에서 필요한 걸 갖춰 치러진다.
시작부터 피를 튀기며 칼을 휘두르고 창을 날리면서 전쟁을 치르듯 왕위에 오른 소녀의 이름은 첼시이고 그녀는 평범하지않다.
이쁘지않고 심지어 날씬하지도 않다.우리가 공주라고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뜨리는 파격적인 설정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녀의 외모따위는 중요치않다는 걸 알수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여왕의 될 것이라고 예견된 아이였지만 왕궁이 아닌 다른 곳에서 목숨을 연명하며 숨어 살아야 했던 첼시는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섭정과 붉은 여왕 때문에 집 근처 외에 다녀보지도 못하고 살았으나 그럼에도 언젠가 자신이 이 나라 티어링을 다스릴 여왕이라는 걸 잊은 적이 없었고 마침내 그녀가 19세가 되는 때 그녀를 맞이하러 근위병들이 온다.
하지만 그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진짜 왕을 대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들이 첼시의 엄마이자 전대 여왕에게 했던 맹세를 지키기 위함이라 걸 보여주는데 거침이 없었다.
이런 근위병들이 그녀를 왕좌에 올리기 위해 궁전으로 가면서 조금씩 그녀의 진면목을 알게 되지만 결정적으로 그녀를 진짜로 따르게 된 데에는 궁전 앞에서 티어링의 국민들을 마치 노예처럼 짐승같이 싣고 가는 선적을  거침없이 멈추면서부터이다.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한 일을 어린 소녀가 해낸 것을 보고 어린 계집아이를 대하듯 하던 그들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게 시작한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녀의 엄마이자 전대 여왕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곳 티어링에 오자마자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첼시의 눈에 보인 티어링의 모습은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 있었다.
나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붉은 여왕의 속국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티어링은 섭정의 사치와 향락으로 국고마저 비어있는 데다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측근의 근위병들뿐이고 귀족들은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바쁠 뿐 나라가 어찌 되던 관심이 없다.
게다가 그녀가 중단시킨 선적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본 인구 조사부의 수장이자 티어링의 밤을 지배하는 냉혈한 아렌 소른과 역시 큰 돈을 벌 수 없게 된 귀족들은 야합하여 그녀의 목숨을 노리고 마녀라고 불리는 무서운 붉은 여왕 역시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첼시를 없애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는 상황이다.
전쟁으로 인해 맺은 조약에서 티어링의 국민들을 모트레인으로 싣고 가는 선적을 합법화하고 그 선적이 이뤄지지 않으면 티어링을 침략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모트레인의 여왕과는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사이이기에 전쟁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고 책 전체에서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이야기의 끝을 맺은 티어링의 여왕은 3부작 시리즈이다.
이렇듯 티어링의 여왕에서는 마치 판타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우리 모습과 상당 부분 닮아있어 더 흥미롭다.
빈부의 격차, 무능한 통치자로 인한 폐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져야 하는 현실, 고위 귀족들의 야합,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야 할 종교계의 타락...
모두가 자신들의 힘으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다는 절망에 허덕일 때 불현듯 나타나 어린 소녀의 몸으로 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첼시에게 매료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이쁘지 않아도... 날씬하지 않아도...
용감한 이 소녀도 잘생긴 남자 페치에게는 속절없이 끌리며 그에게 이뻐 보이고 싶은 욕망을 가진 어린 소녀이기도 하지만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울면서라도 자신의 머릴 짧게 자르고 적진에 뛰어들 수도 있다.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아마도 그래서 엠마 왓슨이 끌렸나 보다.
마치 어둡고 암울하며 종교가 지배하던 세상인 중세 유럽을 연상케하는 분위기인데 오히려 지금보다 미래사회라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강력한 마법의 힘으로 첼시를 이끄는 사파이어 목걸이의 힘은 어디까지인지도 궁금하고 첼시가 첫눈에 반해 꿈에서도 나타나는 잘생긴 도둑 페치와의 러브라인도 어찌 될지 궁금하다.
얼른 다음편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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