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대륙
미지 레이먼드 지음, 이선혜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남극에서 상처를 안고 떠돌던 남자 켈러와 어릴 적부터 새를 좋아해서 인간들의 환경오염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펭귄에 대한 연구를 천직으로 삼고 살아가던 뎁이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면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지금 현재 남극이 처해있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나의 마지막 대륙은 예전의 영화 타이타닉을 연상케하는 부분이 많다.
일단 거대한 유람선인 오스트랄리스 호가 선장의 판단 미스로 한순간에 차가운 남극 바다에 좌초되어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배의 크기만 믿고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인간의 오만에 경종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타이타닉의 최후와 닮아있다.
이 책에서는 그 최후의 순간의 긴박했던 장면에 대한 묘사가 탁월할 뿐 아니라 자신의 연인을 찾아 헤매는 뎁의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하게 표현되어있어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한순간에 딸을 잃고 모든 걸 잃어버린 남자 켈러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 마음의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마음속의 텅 빈 공허함을 이곳 남극에서 마침내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고 그런 그에게 뎁이라는 존재의 위치는 최우선이 될 수 없었지만 뎁에게 켈러의 존재는 자신이 오랫동안 원했던 생활을 양보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에겐 최우선이었다.
두 사람의 이런 갭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켈러에게 자신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사실에 상처받는 뎁이지만 자신이 남극에 올 때면 느끼는 그 벅찬 감동과 가슴 뜨거워짐을 알기에 켈러의 심정 또한 이해한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같이 있을 수 없는 연인은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떨어졌다가는 다시 만나고 또다시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점점 견디게 힘들어하는 뎁으로 인해 갈등 중이고 마침내 둘 사이에 뭔가 변화를 맞을 즈음 이런 해난사고가 일어남으로써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다.
남극에 살고 있는 펭귄에겐 생존을 거는 문제이지만 그런 펭귄을 구경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심은 남극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무심히 버리는 쓰레기를 비롯해 오염물질을 달고 다니는 인간들의 아주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이 면역력이 없는 펭귄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도 소유할 수 없고 그 누구의 땅도 아닌 남극대륙은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마지막 대륙이고 그런 남극을 향한 애정이 깊게 깔려있는 이 작품은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란다.

남극에 온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과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는 사람

세상끝인 놀랍고 신비한 대륙 남극에서 만난 연인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처해있는 지구 오염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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