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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J. 라이언 스트라돌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태어난 지 얼마 후 부모를 잃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굳건히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간 소녀 에바의 성장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특징적이게도 소녀 에바가 주인공이면서도 그녀가 주체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가 성장하면서 어떤
식으로 든 그녀와 연이 닿았던 주변 인물들의 일상에서 그녀와의 인연이나 혹은 코멘트를 통해 지금 현재 에바의 위치를 설명하는 아주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고 삼촌의 손에서 삼촌 내외가 부모인 줄 알고 성장했던 에바는 고추의
매운맛에 빠져 스스로 고추를 키우면서 매운맛을 조절하는 등 남다른 재능을 보이지만 부모와의 생활은 갈수록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에서 갓 잡은 생선을 요리한 세프의 요리에 반해 레스토랑에서 일자릴 얻게 되고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되는 에바는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에바는 몰랐지만 독자들은 에바의 진짜 아버지가
요리에 재능이 있었을 뿐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데 정성을 다하는 진정한 셰프였다는 걸 알기에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에바 스스로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그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 가는 에바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의 입을 통해 탁월한 음식 솜씨에도 불구하고 에바의 형편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암울해지는 모습을 보여줘 독자들이 안타까움을 느낄 즈음
그녀가 다른 누군가와 미식 파티 사업 아이템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줘 마침내 뭔가 새로운 길을 모색한 듯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의 사업에 큰 도움을 줄 다른 한 사람에게 같이 사업을 권유하지만 거절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한참 동안 그 뒷이야기에 대한 말이 없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과연 에바는 그 사업을 성공했을 까? 아니면 또 다른
일을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결과적으로 이렇게 그녀와 만났던 사람은 인생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다.
점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음식 맛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는 에바지만 에바의 형편이 나아질 줄
모르는 데에는 그녀를 키워준 아빠이자 삼촌의 삶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 데다 건강마저 잃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여기에서도 그녀의 성격이 나온다.
그녀에게 온 기회에도 아픈 아버지를 혼자 둘 수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고는 힘들지만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려 하는 에바를 보면서 비록 여유롭게 살지는 못했지만 어릴 적부터 삼촌 내외부터 사촌들까지 충분한 사랑을 받고 커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에바가 자라면서 주변에서 그녀를
응원하며 사랑해준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의 애정은 에바가 스스로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중요한 원천이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에바가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고마움을 아는 사람으로 큰 데에는 그녀가 자라온 중서부 사람들의 여유롭고 남의 일에도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챙기는 그 지방
사람들 특유의 성품도 한몫하고 있다.
에바가 한 사람의 멋진 셰프로 성장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모와의 만남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요리를 통해서 이루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극적인 장면도 없고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