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진화에 관한 흥미로운 의견

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지음, 조은영 옮김, 진주현 감수 / 푸른숲 / 2017년 12월

지구의 역사라든가 인류의 기원 같은 것에 대해 과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과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것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마치 태곳적부터 이 지구상의 주인은 인류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인류야말로 지구라는 별에 느닷없이 나타나 원래 있던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종인 네안데르탈인이라든가 그 밖에도 수많은 종류의 종들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든 침입종이라 주장하는 이 책은 도발적으로 느껴져 왜 그런 주장을 펼치는지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일단 우리의 현생인류의 조상 격인 호모 사피엔스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건너온 지 불과 20만 년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이미 유럽 등지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오래전부터 거주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는데 현생인류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현생인류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살아남았던 그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는 걸 증거로 들고 있다.
물론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이유에는 지구 기후의 변화와 현생인류와의 경쟁 가설이 있는데 기후변화만으로 그들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전부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두 가지 의견이 서로 대척점이면서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원인이 아닐까 하는 게 정설이라고 한다.
이 책에선 그중에서도 특히 현생인류가 원래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거주지에 불쑥 나타난 외래종 혹은 침입종으로 보고 그들과의 경쟁을 통해 원래 있던 토착종인 네안데르탈인을 물리치고 이 지구상에서 살아남을수 있게 된 이유를 주로 설명하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이나 현생인류는 일단 둘 다 직립보행을 하며 무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지만 오히려 덩치가 크고 근육량이 많은 네안데르탈인이 경쟁에서 진 이유를 여러 가지 들고 있는데 그 이유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비슷한 먹이를 먹고 도구를 사용하는 서로 다른 두 종은 먹이사슬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어 같은 먹이를 두고 서로 대립할 경우가 많았을 텐데 무기 사용방법에서 일단 큰 차이가 난다.
현생인류는 덩치가 적어 몸이 재빠른 데다 결정적으로 무기를 투척해 사냥할 수 있어 큰 동물이나 야생동물을 사냥할 시 위험부담이 적었을 뿐 아니라 소형 동물이나 연체동물 등 네안데르탈인보다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섭취해 영양면에서도 우수했지만 덩치가 더 커서 기초대사량이 더 많이 필요한 네안데르탈인은 일단 먹이도 많이 필요한데다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 육식에 의존해 사냥 성과에 따라 단백질과 지방의 공급이 저하되기도 하는데 이는 번식력의 저하를 불러온다.
게다가 그들은 사냥감의 근거리에서 무기를 투척하는 방법으로 사냥을 해 다른 포식자들에게 위협을 받아 늘 사냥에서 부상의 위협이 따른다.
이렇게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환경에 처했지만 현생인류가 좀 더 빨리 적응한데다 같은 포식자의 위치에 있던 늑대를 길들여 인간과 협업해서 서로 원하는 바를 얻었다는 게 결정적으로 두 종류의 다른 종에서의 전쟁에서 현생인류가 살아남은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하는 작가의 의견은 기존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의견이라 참신하면서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도 외래종이 들어와 원래 살고 있던 토착종을 몰살하다시피해서 살아남아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우려 섞인 뉴스를 종종 들어 본 족이 있는데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원래 살고 있던 종을 밀어내고 뒤늦게 이 지구라는 별을 턱하니 차지하고 있는 외래종 일 수도 있다는 설명은 흥미로웠고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다소 어려운 내용을 쉬운 설명으로 재밌게 풀어놓아 흥미롭게 읽을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