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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ㅣ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평점 :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이겠지만 우리에겐 스파이 하면 일단 떠오르는 이미지란 게 있다.
일단 영국 신사이며
귀족이거나 이와 비슷한 높은 위치에 있고 잘생기거나 호감형의 외모라 적의 여자도 사로잡을만한 매력의 소유자이며 날씬한 체형을 가진
멋쟁이일것
어쩌면 이건 그 유명한 제임스 본드의 영향도 있겠고 최근의 영화인 킹스맨의 콜린 퍼스의 탓도
있으리라~
어쨌든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읽은 이 유명한 스파이 소설은 나의 그런 로망을 깡그리 망치고
시작한다.
주인공인 조지 스마일리는 일단 나이도 많은 중년의 남자이고 키도 작으며 심지어 배도 나온 뚱뚱보라는
사실인데 여기에다 조직의 알력에서 밀려나 이제는 은퇴한 스파이이기도 하다.
그의 아내 앤은 젊은 놈팡이와 바람이 나
가출한 상태인데 그의 정신적 스승이자 자신의 멘토였던 컨트롤은 중요 작전에서 실패한 후 자리에서 물러난 뒤 죽어버렸고 그 여파로 자신도 조직에서
밀려났다.
이 모든 게 불과 몇 개월 사이 벌어진 일이고 스마일리가 정신을 차린 후엔 모든 게 이미 끝난
상태
이런 스마일리에게 조직의 간부가 몰래 찾아와 그에게 극비의 임무를 맡긴다.
조직
내 고위급 간부중에 오래전부터 소련의 스파이가 있다는 걸 우연한 사건으로 알게 된 사람들은 조직 내의 사람은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그래서
대안으로 조직 밖으로 밀려난 스마일리를 찾아온 것이다.
이제 조직 내의 스파이인 두더지를 찾기 위해 아무도 몰래
문서를 뒤지고 실패한 작전을 되새겨서 누가 조국을 배반하고 동료를 위험에 빠뜨렸는지를 밝혀야 한다.
작전이 많고 그
작전에 참여하는 인물이 많이 나오는 등 초반의 진입장벽이 제법 높아서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품이었는데 특히 스파이 소설이라는 특성상 은어가 많이
나오고 그들만의 언어라든가 유머를 직역으로 해놓아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쉽지 않아 몰입에 방해가 되었지만 그 부분을 어렵게 넘어가면 제법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스파이로서는 유능하고 인간적으로도 매력이 있는 스마일리가 전념을 다했던 조직에서 어이없이
밀려나고 가정생활 역시 실패하면서 그 실패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는 등 무기력함과 허무함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은 보통의 중년의
남자가 느끼는 위기를 스파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스마일리조차도 예외일수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그와 반대되는 조직 내 스파이인 두더지 역시 한때는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으로 피를 뜨겁게 하고
온몸과 정신을 다 바쳐 일했지만 조국이 전쟁이 끝나고 어느 정도 안정적이 되면서 어느새 매너리즘에 빠지고 자신의 능력은 이보다 더 높은 곳에서
더 큰일을 해야만 한다는 자만심에 빠져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영혼을 팔아버리곤 그가 한 일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는 데
이런 모습은 평범한 스마일리와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지배적 계급으로 태어난 그로써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자신은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니까...
게다가 심지어 그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이기도 해 스마일리와 대비를
이루는 인물이기도 하다.
스파이로서 결점이라곤 없어 보이던 스마일리의 유일한 사랑이 어느샌가
그의 약점이 되고 그 약점으로 인해 눈앞의 진실조차 알아챌 수 없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 스마일리의 허무한 자책을 보면서 작가의 작풍이
어떤 건지 미뤄 짐작해본다.
어딘가 시니컬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지극히 이지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