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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보다 따뜻한
와일리 캐시 지음, 홍지로 옮김 / 네버모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한 소년의 죽음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벌어지게 된 전후 사건의 배경을 세 명의 시선으로 풀어놓은 `고향보다 따뜻한`은 엄청난
비극의 시작이란 것도 큰 사건이 단초가 되기보다 어쩌면 아주 작은 일이 단서가 되어 무서운 폭발력을 지닌 채 모두에게 상처와 상흔을 남길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9살 소년 제스는 교회에 오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도 불구하고 친구랑 몰래 교회 안을
들여다보다 엄청난 무서운 걸 보고야 만다.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못했던 형 스텀프가 병을 고친다는 명목으로 목사님을
비롯하여 교인들에 둘러싸인 채 손발이 묶이고 온몸을 잡혀 발버둥 치며 괴로워하고 엄마의 비명이 난무하는 장면은 제스에게 공포로 다가오지만
누구에게도 교회 안에서 들여다봤던 장면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또다시 엄마의 손에 이끌려 교회로
들어간 형은 그날 밤 주검이 되어 돌아오고 누구도 여기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아무도 책임을 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아들을 순식간에 잃은 아버지의 폭주를 망연히 지켜보면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걸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할
뿐..
믿음을 근거로 한 채 아픈 사람들을 기도로 고칠 수 있다는 걸 내세워 언젠가부터 이 마을에 슬그머니 들어와
똬리를 뜬 어딘가 과거가 수상쩍은 목사 챔블리스
챔블레스를 지나칠 정도로 맹신하고 절대적으로 따르는 교인들 속에는
소년들의 엄마도 있었지만 이 날 문제가 생기기 전까진 아무도 이들의 비밀스럽고 수상쩍은 행보에 관심을 둔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그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했던 어른들은 이 비극에서 모두 무죄 일수 없다.
이 마을에 들어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는 보안관 클렘마저도 이미 챔블레스의 수상한 과거에 대해 다 알고
있었고 그의 행적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음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 이 모든 비극이 발생하고서야 비로소 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믿음의 증거로 내세운 챔블레스의 화상 흉터가 과거 마약을 제조하다 생긴
상처였다는 걸 그가 이 마을에 터를 잡기 전에 진즉에 모두에게 알렸더라면 이 모든 일은 시작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또한 챔블레스의 악마성과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그의 폭력성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겁이 난다는
이유로 못 본채하고 입을 닫고만 있었던 노파 애덜레이드 역시 유죄임에 분명하다.
이 비극적 사건에서 소년 제스만이
그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는 이유로 형을 잃고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형벌을 받는 건 늘 가장 약한 자에게 가장
가혹한 운명을 탓하기에는 너무 안타깝다.소년이 앞으로 이 모든 걸 가슴에 담아두고 걸어가야 할 미래가 어떨 것이란 걸 알기에 더욱 소년 앞에
놓인 운명이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한순간에 폭력과 광기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덤덤하게
그려 그 비극이 더욱 와닿은 `고향보다 따뜻한`
평화로움과 비극적 사건의 대비가 강렬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