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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와 몬스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8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낙타에게서 전염되는 신종 인플루엔자 캐멀이 전 세계에 유행한다는 소식과 함께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공항에서의 방역을 철저히 실시한다는
유난스러운 방송이 전파를 타면서 원인 모를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막 생길 즈음 일본 국내에선 아직 발병 환자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가와의
젊은 의료인들의 모임에서 한 제약사로부터 캐멀 인플루엔자 키트가 견본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외국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원인모를 고열과 함께 인플루엔자 캐멀과 증상이 비슷하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그들을 격리시키고 집단
히스테리에 걸린 듯 방송이며 언론이며 모두 집중 보도를 해 상식이 있는 의료인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우주복 같은 거창한 방호복을 입고 공항을 오가는 사람을 마치 취조하는 형사처럼 하나씩
검사하고 난리를 피우지만 생각도 못한 곳인 나니와에서 캐멀 인플루엔자에 걸린 소년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진다.
여기까지 보면 우리의 방역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어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의 방역체제를 보고 쓴 글인가
싶었다.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신종 인플루엔자가 등장하면 이른바 전문가 집단이라는 사람이 대담 형식의 와이드 소냐
뉴스에 등장해서 그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치사율이니 감염률을 예로 들며 겁을 줘서 약간만 감기 증상을 보여도 병원으로 달려가 과잉진료를 받고 비싼
외국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난리를 치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그제야 너무 겁내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다른 전문가가 등장해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시늉을 한다.
다음 해엔 또 다른 인플루엔자가 등장하면 미리미리 백신을 처방받기 위해 줄을 서고 백신
부족으로 난리를 치면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백신을 장여 두기 위해 국가는 세금을 들이고...
이런 게 다 거대
제약사와 의료계의 검은 커넥션 혹은 누군가의 정치적 노림수를 위한 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 `나니와 몬스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충분히 이용 가능한
정치적 속임수가 아닐까 생각했다.
여기서도 제법 미모의 여자전문가가 등장해서 캐멀 인플루엔자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걸 내세워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장하지만 근본적으로 캐멀 인플루엔자의 치사율이 보통의 인플루엔자 사망률에도 못 미치는 약성이란 걸 슬쩍 빼버린 채
모종의 계획을 가지고 난리를 피워대고 그녀의 쇼에 놀아난 방송 관계자나 미디어 쪽에서도 더욱 이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며 온 나라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쯤 되면 다른 의견 따윈 귀에 들리지도 않고 모두가 두려워 우와 좌왕 하게
된다.
골든위크를 앞두고 관광산업으로 유지되고 있는 나니와를 캐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시 전체의
입출 입을 봉쇄하는 조치가 취해지면서 나니와 전체의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게 되고 이에 나니와의 지사 무라사메는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나니와의 경제봉쇄를 풀기 위해 정면승부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캐멀 바이러스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밝혀지는데 그게 또 참 어이가 없다.
자신들의 안위와 자리 보존을 위해선 국민의 안전 따윈 관심도 없고 세금의 낭비
역시 남의 일로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관료들의 행태도 역겹고 매번 이런 행태의 정치적 쇼에 놀아나면서도 또다시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한 정치쇼에
속아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대중들의 쏠림 현상은 한숨이 나온다.
초반 중반까지 캐멀 인플루엔자의 음모를 파헤치고
누가 이런 판을 짰는지 그 과정이 흥미로웠지만 무라 사메의 정치적 야심과 이에 대응하는 또 다른 집단과의 전쟁이라는 설정은 너무 나간 게 아닐까
싶다.
처음 이야기를 끌고 간 기쿠마 도쿠에는 중반부터 사라지고 온통 무라사메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달까...
어쨌든 일련의 신종플루며 백신 부족 사태며 신종 인플루엔자의 등장으로 호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야기에 대한 몰입감도 높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