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전부터 책 소개에 이 책이 안나 카레니나와 마담 보봐리 등을 섞은 작품이란 글에 끌렸다.
일단 책 속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이름부터 안나라는 점도 그렇지만 그녀 역시 유부녀이면서도 남편이 아닌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보봐리 부인이나 안나 카레니나와 닮아있다.
또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나 남편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혼자서 외로워하다 한 남자를 만나 그 남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지만 그 남자로부터 사랑을 보답받지 못했다는 점에선 안나 카레리나의 불행과 비슷하다.
미국인인 안나는 스위스인인 남편을 만나 엉겁결에 결혼을 하고 남편의 직장 때문에 스위스로 이주해오지만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성격을 가진 안나는 스위스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내 겉돌고만 있는데 남편이나 시어머니는 그런 안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남편인 부르노는 냉담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그녀가 사는 곳의 분위기는 보수적이고 페쇄적이라 자유롭게 살던 안나에게 그런 분위기가 더욱 족쇄처럼 느껴져 답답해할 즈음 미국에서 온 남자 스티븐과의 만남은 단비같아서 속절없이 빠져들게 되지만 스티븐에게 안나는 그저 낯선 곳에서의 잠시 즐기는 일탈일 뿐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안나의 내면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스티븐과의 만남은 안나의 모든 것을 뿌리째 흔드는 결과를 가져와 이후 파멸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완벽한 가정주부가 되고자하는 노력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다른 남자들과 쉽게 만나 너무 쉽게 관계를 맺는 안나의 모습은 아내이자 엄마로서 적절치못하고 일견 방탕한 듯 보이지만 늘 잠을 자지 못하고 한밤에 깨어 집 밖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모습에서 그녀의 고독함을 알수 있고 끝없이 꾸는 꿈 내용을 보면 그녀 역시 죄의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신 조차 자신의 불륜을 싫어하면서 왜 그녀는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끊지 못할까?
안나는 누군가 자신의 비밀을 까발려주기를... 그래서 자신은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일탈을 누군가가 멈춰주기를 바란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당연한 듯 이 비밀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까발려지고 안나는 스스로는 멈출 수 없었던 일탈을 마침내 파멸과 함께 멈춘다.
책을 읽으면서 안나의 불륜이 추잡하다고 생각되기보다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안타깝기도 하고 그녀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내내 가슴 졸이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의 적응 실패로 인해 혼자 외떨어진듯했던 그녀의 절실함도 이해가 가고 그런 자신의 외로움을 이해 못하는 남편이 아닌 자신을 잠시라도 위로해주고 사랑받는 느낌을 안겨주는 다른 남자로부터의 위안을 찾아 헤매는 그녀를 마냥 나쁘다고 욕할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갈 곳이라곤 없는 그녀를 내치는 부르노의 행태는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차갑기 그지없어 그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그의 행위는 용서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런 남편의 냉담함을 알기에 그녀가 다른 남자로부터 위안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마음도 들고...그런점에서 보면 이 불행한 결혼에서 남편 부르노 역시 면죄부를 얻기는 힘들것 같다.
결혼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도 하고 여러모로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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