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그해 여름은 엘리오의 인생을 뒤흔든 잊히지 않을 해였다.
늘 여름휴가 기간에 책 출간 전에 손을 봐야 하는 젊은 학자들을 초대해 손님을 맞이하는 엘리오의 부모님 덕분에 그 해 여름 역시 낯선 사람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고 그 손님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미국에서 온 젊은 교수 올리버였다.
이 책에선 엘리오가 택시에서 내리던 올리버를 본 순간부터 그에게 매료되고 자신도 모르는 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보며 느끼는 낯선 설렘과 뜨거운 갈망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이미 이 책이 20th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 수상작이라는 걸 알고 봤기에 동성애에 관한 책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본 남자인 올리버를 향해 뜨거운 욕망을 느끼는 엘리오가 청년이 아니라 고작 17세에 불과하는 것에서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알게 모르게 미성년자의 욕망 그것도 동성 간의 금기시되다시피한 욕망이라는 소재에 약간은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올리버에게 주목하고 그의 주의를 끌고 관심을 받는 이성 친구에게 질투하며 괴로워하다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기도 하는 엘리오의 마음속 갈등은 그 대상이 같은 동성이라는 것만 다를 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과 차이가 없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춘기의 심정을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하고 봐도 될 것 같다.
게다가 스스로의 성적 취향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기에 엘리오의 혼란과 자괴감은 클 수밖에 없었지만 스스로는 부정했으나 몇 해 전 이미 잠깐 스쳐 지나갔던 낯선 청년에게서 성적 끌림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 엘리오
금세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혼돈에서 벗어나 올리버에게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그 해 여름 처음 본 올리버와 사랑에 빠진 엘리오... 하지만 이때는 지금과 같이 동성애에 조금 관대한 분위기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올리버는 자신이 가진 걸 버리고 엘리오를 선택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그들의 결말은 이미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해 여름 서로를 바라보고 모두의 눈을 피해 서로에게 닿고 싶어 하던 두 사람이 오롯이 둘만을 위해 가졌던 로마에서의 단 하루는 평생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모든 것이 되었던 그때 그 여름... 그들에게 서로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저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동성 간의 사랑은 조금 다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감정은 차이가 없다는 걸 알게 해 줬다.
조금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지만 번역의 문제인지 아님 작가의 문체탓인지 엘리오의 감정의 변화가 손에 잡힐듯 술술 읽히지는 않아서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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