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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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지는 이 책은 정말 내용 역시도 평범하지 않다.
작가부터 아르헨티나 작가라는...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나라의 작가인 것도 그렇지만 책을 처음 편 순간 평범하지 않은 내용으로 나로 하여금 단숨에 이야깃 속으로 끌려들어 가게 했다.
마치 앨리스가 토끼를 쫓아 굴 속으로 홀린 듯 들어간 것처럼...
이야기의 시작은 자살을 결심하고 주인공인 테드가 머리에 총을 겨누면서 시작한다.
이렇게 급박할 때 마치 누군가가 그의 이런 모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문밖에선 벨이 연속으로 울리고 심지어 그의 이름을 부르기까지 한다. 결사적으로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한 것처럼...
그리고 그의 결심을 막는듯한 쪽지까지 등장한다.`문을 열어. 그게 네 유일한 출구야`라고 적힌...
우스갯소리로 죽으려던 사람도 울리는 전화벨이랑 현관에서 울리는 벨은 무시하지 못하고 일단 그것부터 해결하고 본다는 말이 있듯이 테드 역시 벨 소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문을 열면서 이상한 일에 끌려들어 가기 시작한다.
들어온 남자는 린치라는 남자로 그가 어떤 짓을 하려고 하는지 이미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에게 남은 가족들이 얻을 마음의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살을 막는다.
그렇다고 단순히 테드의 자살을 막는 걸로 평범하게 이야기는 흘러가지 않을 뿐 아니라 린치는 이왕 죽을 거면 세상에 없어지는 게 마땅하지만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받는 나쁜 놈을 처리해준다면 그를 자살이 아닌 그가 속한 조직의 누군가의 손에 죽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의 말을 듣고 결국 죽어도 마땅한 남자를 찾아가 테드는 살인을 실행한다.
이렇게 책을 읽자마자 결말이 지어지는듯했던 이야기는 다음에 또다시 그가 서재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대고 자살을 결심하는 장면으로 플레이 백 된다.
그리고 또다시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반복되는 가운데 테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혼란스럽기까지 한다.
물론 책을 읽는 나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그렇다면 이건 꿈인가? 아님 테드의 환각상태인 걸까?
헷갈리면서 테드와 같이 상황을 지켜보면 늘 같은 장면이 나오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있고 그러면서 이야기는 발전되어가다 챕터가 바뀌면 이야기 전체가 달라진다.
이건 뭐지 무슨 이야기가 진실이지 헷갈리면서 이야기 속의 진실을 찾아 나름의 해석을 찾으면 또 다른 단서가 나타나 기존의 해석을 뒤집고 뒤집는다.
이쯤 되면 테드가 진짜 살인을 한 것인지 그의 꿈인지 환상인지에 자신감을 잃게 되고 어김없이 나타나 불길한 모습을 연출하는 매개체인 주머니쥐의 존재 또한 진짜인지 환각인지 모든 것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현실과 환상과 진실이 교묘하게 뒤섞인 곳에서 길을 잃은 테드를 길로 인도하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면서 좀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 `다음 사람을 죽여라`는 자신이 지금 진짜 기억 속에 있는 건지 만들어낸 환각 속을 헤매는 건지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어느 것이 진실인지 몰라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남자의 이야기 속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인 테드가 체스의 신동이라 불렸던 것처럼 모든 진실의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그 사이사이를 엉뚱하지만 잔인한 환상이 채워져있어 모든 것에 의심을 하고 봐야 하는 이 책은 그래서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마치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이 열리고 그 길로 가면 또 다른 길이 되는 미로처럼...
독특한 소재와 전개로 단숨에 매료시킨 책!
작가의 다음 신작은 무조건 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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