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봐선 남편들로부터 공분을 얻어 마땅한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단순히 남편들에 대한 불만을 적은 책은 아니다.
일단 책 속에 사례의 예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구체적이고 그들이 왜 이혼이라는 보다 더 쉬운 방법을 택하기보다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속내를 내비치는지 그 이유를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여자라면 그들의 기분이 십분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이혼보다는 남편의 사망을 더 바라는 구체적인 이유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많이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서완 달리 아시아 특히 우리와 비슷한 환경의 일본에서는 남녀 간의 소득격차의 갭이 크고 기혼여성이 일할 곳이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결혼과 임신 육아로 인해 커리어에 공백이 생긴 경단녀 즉 경력단절 여성이 많기 때문에 원하는 직장을 얻기도 힘들고 소득 역시 경력단절 전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
그래서 남편과 안맞아도 어쩔수 없이 그냥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이혼이라는 보다 쉬운 수단을 찾기보다는 남편의 소멸을 바라게 되는데 비인간적이라고 욕하기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짚어봐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책 속의 사연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직장여성이든 전업주부든 육아를 몽땅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부당함과 육아로 인해 업무의 공백이 생길 경우 남자들은 당연히 그 몫을 여자들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식, 그리고 모든 가사에 대한 의무는 여자가 짊어져야 하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녀들의 주장이 타당한 것이 같은 학력을 가지고 같은 시기 입사를 해도 남녀 간 임금격차는 존재하는데 이런 부당함에 대해 남자들은 모른 척 외면하거나 오랜 세월 당연한 듯 행해진 일이라는 이유로 개선의 여지가 적다.
왜 같이 일하고 더 적은 돈을 받으며 왜 같이 낳았는데 육아는 모두 여자가 책임져야 하며 왜 모든 가사는 여자가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과 함께 이런 모든 걸 알면서도 같이 짊어지거나 나눌 생각조차 없는 남편들에게 실망하고 분노한 여자들의 음성이 가득한 이 책은 그래서 남편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
이렇게 여자들이 주부로 혹은 엄마로서의 삶에 의문이 생기면 생길수록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질 거고 그래서 결혼을 기피하는 미혼 여성들이 증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저출산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있고 이런저런 정책을 펴서 여성들에게 출산을 권장하고 있지만 예전과 달리 요즘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보다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는 여자들이 많다.
이렇게 점점 여자들의 사회적 성취욕구가 높아지는 요즘 예전과 같은 여성상을 요구하고 거기다 돈까지 벌어 가정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남자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들의 억울함에 공감한다.
육아와 가사는 여자들의 책임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변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여성 혼자서도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혼하기보다 남편이 죽기를 바라면서 살의를 품고 살다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는 재앙적 수준의 가정폭력이 발생할 확률도 줄고 퇴로가 있어 오히려 여유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뤄 이래저래 입맛이 씁쓸한 책이지만 확실히 지금쯤 우리 모두 한번 짚어봐야 할 문제를 제대로 끄집어 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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