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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여자
가쓰라 노조미 지음, 김효진 옮김 / 북펌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어딜 가든 남자로부터 관심을 받고 남자들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걸 취하는 능력이 탁월한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를 좋아할 여자가 얼마나
있을까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이런 타입의 여자를 꺼린다.
경쟁상대로 볼 수도 있지만 뭔가
내 남자에게 해를 끼칠 것 같다는 본능적인 혐오감이 든달까
하지만 인간에게는 안타깝게도 이성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이 약해 이렇게 같은 동성의 눈엔 뻔히 보이는 함정도 알아보지 못하고 그런 상대에게 빠져 사랑도 잃고 돈도 잃어 우는 사람이
많다.
가쓰라 노조미의 소설 `싫은 여자`는 남자로부터 원하는 걸 쉽게 얻고 사랑도 쉽게 하는 한 여자의
일생과 그런 여자를 오랜 세월 알게 된 한 여자의 관찰일기 같은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다.
아주 먼 친척 관계였던
나쓰코의 도움을 구하는 전화로 인해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게 된 변호사 데쓰코 어려서부터 자신의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누구의 눈도 상관하지
않는 나쓰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데쓰코는 그녀가 벌인 결혼 사기 사건을 맡아 사건 피해자의 고소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를 직접 만나면서
어릴 때의 인상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나쓰코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자신이 가진 성적 매력을 어필해 남자들을 꼬여내고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그들로부터 돈을 갈취해 생활하는 나쓰코의 생활은 모든 일은 직접 스스로 해결하고 남자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하지 말라는
일은 해본 적 없는 바른 생활을 하는 데쓰코의 것과 비교해 정반대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의외인 것은 그녀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으로 간주되는
남자들 대부분이 나쓰코를 탓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자신에겐 남과 다른 점이 있어 남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항상 마음속 한 곳이 텅 빈듯한
공허감을 가지고 있었던 데쓰코는 보통의 시각으로 보면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 나쓰코가 왜 그렇게 즐거운 얼굴로 살고 삶의 무게에 눌리지도 않으며
남자들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수십 년간 그녀 나쓰코가 저지른 어설픈 사기에 변호를
맡아 상대방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점점 자신이 몰랐던 나쓰코에 대해 알게 되고 그렇게나 혐오하고 싫어했던 나쓰코의 다른 면을 깨닫게 되면서 피해
남성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심지어 나쓰코를 응원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녀 나쓰코는 비록 돈이
필요해서 남자들에게 접근해 그들의 환심을 사고 돈을 빼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남자들을 위로하고 자신감이 떨어진
남자들에겐 자신감을 돋워주는 상담자의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그들을 상대할 때 지극히 진심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그녀의 진심이 그들에게도 닿아 자신의 손으로 돈을 건네주고 사기임이 밝혀져도 그녀를 냉정하게 내치지
않는 것이란 걸 알게 되는 데쓰코 역시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나쓰코의 매력에 동조하게 됨을 느낌다. 게다가 몇 년에 한 번씩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는 나쓰코의 전활 기다리며 이번엔 또 어떤 일을 했는지 기대하는 데쓰코에겐 나쓰코는 더 이상 싫기만 한 여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 관습에 얽매이고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없고 자신의 욕망마저 드러내기
어려운 다른 여자들에 비해 원하는 걸 갖기 위해 뭐든 할 수 있고 욕망에 충실한 나쓰코에게 응원을 하게 되고 대리만족을 얻게 된다.어쩌면
모든것이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흔치않았던 여변호사로 힘들게 살아가던 자신에게 남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 돈을 뜯어내는 나쓰코는 자신을 대신해주는
정의의 사도 같은 느낌이 든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 여자들이 나쓰코를 싫어하는 이유에는 자신들은 할 수 없었던
일을 맘껏 거리낌 없이 하고 보는 나쓰코에게 질투를 느껴 그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현재의 삶이 옳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맘이 있는건
아닐까...
데쓰코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나쓰코에게 응원하는 모습에 살짝 공감이
갔다.
사기를 친다고 해도 그저 엉성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작은 푼돈이나 뜯어내고 누구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 나쓰코의 삶의 방식은 옳은 것은 아니지만 방관자로서 본다면 이번엔 또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궁금해하는 데쓰코의 기분이
이해된달까...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니 그 드라마에선 어떻게 통통 튀는 나쓰코의 매력을 표현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