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허락 세트 - 전3권
동화 지음, 이소정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 보보경심의 원작자로 유명한 동화 작가의 증허락을 끝내고 난 뒤의 심정은 그야말로 대장전을 마친 기분이었다.
인간들이 주인공이 아닌 신족이 주인공이기에 그들이 가진 긴 수명만큼 풀어내는 이야기도 길었고 우여곡절 역시 많아서 다 읽고 난 후 감정의 고갈을 느낄 정도였다.
인간과 신족 그리고 동물과 요괴들이 함께 살아가던 세상 대황의 유일독존이었던 반고대제가 죽은 후 천하는 전쟁을 벌여 결국 대황에는 세 신족이 천하를 나눠 가졌고 그 나라는 헌원,신농,고신이었다.
중원을 다스리는 신농은 물이 풍부하고 사람도 넘쳐나는 풍족한 나라지만 척박한 땅이라 사람이 살기에도 힘들고 농사를 짓기에도 힘들며 가장 나중에 나라의 형태를 지니게 된 곳은 헌원이었다.
헌원족의 수장이었다 나라를 세워 헌원국의 왕이 된 헌원왕은 자신의 백성을 제대로 먹이고 중원을 차지해 대황을 모두 가질 야심만만한 자였고 그의 야심으로 인해 천하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사랑하는 사람이 헤어지고 죽었으며 모든 불행의 시작이 되었으나 그는 백성을 제대로 먹이고 풍요롭게 하고자하는 대의를 가졌기에 그의 냉혹함과 무정함은 지아비와 아비로서는 냉정하고 무섭지만 군주로서는 최고인 사람이었다.
그의 유일한 딸이자 헌원의 왕희인 헌원발은 모후와 오라비들의 배려로 이런 모든 정치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본래의 성격대로 쾌할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아형이라는 이름으로 천하를 유람하던 중 제멋대로에 성질은 난폭하지만 거짓이 없는 직선적인 성격의 어딘지 끌리는 남자 적신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어릴적부터 정치적인 이유로 고신국의 왕제인 소호와 이미 혼인을 언약한 사이
소호는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장부이자 예를 중시하는 나라의 왕제답게 점잖으며 공자다운 면모를 보이는 멋진 호남이지만 이미 적신에게 마음을 뺏긴 아형은 그와 소호 사이에서 갈등하다 모든것을 버리고 자신의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적신과 함께 하고자 하나 자신의 큰오라비이자 헌원의 제일 왕제인 청양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들려주면서 그녀의 마음을 돌리게 되고 오라비와 생모를 살리기 위해 어쩔수 없이 소호와의 혼인을 허락하지만 이 모든 인간사에 관심이 없었던 적신은 그녀의 변심으로 오해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에게 끌리는 연인인 적신과 아형은 서로를 그리워하다 원망하고 미워하면서도 끝내 서로를 놓지 못하고 잠 못 이루지만 천하는 그들을 온전히 사랑하게 두지않는다.
적신은 자신이 사람보다 못한 짐승같이 살때 자신을 거두어주고 사람으로 살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부이자 신농족의 왕이었던 신농왕의 죽음으로 어지러워진 신농국을 보살펴야할 의무가 있었고 자신을 형제처럼 믿어준 새로운 신농왕의 된 유양을 도와줘야했기에 그들의 땅을 노리는 헌원국과의 전쟁은 피할수 없었고  두 연인은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지만 자신의 나라를 외면할수 없었다.
이렇게 증허락에서는 서로의 적이자 연인인 커플이 많은데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이루어지기 힘든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단지 적국의 남녀가 아니라 각자의 나라에서 자신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왕족으로 태어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끝내 자신이 짊어져야할 의무에서 벗어날수도 벗어나기도 힘든 위치였고  결국 이 모든 비극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평범한 국민으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적신과 아형의 사랑도 안타깝지만 어릴적에 만나 서로에게 유일하게 마음을 나눴던 친구사이인 소호와 청양은 생사고락을 같이 하자 맹세한 친우이지만 결국은 적국의 수장이 되어 서로에게 언젠가는 칼끝을 겨눠야할 위치였기에 적이면서도 친구인 그들의 우정이 내내 안타까웠는데 특히 소호는 고신국의 왕이 되기 위해 아비도 동생도 사랑도 의리도 모두 저버리고 끝내 왕위를 손에 넣지만 누구에게도 마음 한자락 나누지못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절대자의 고독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청양은 동생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모후를 사랑하지만 아비이기보다 한나라의 수장의 위치를 지키는 아비의 무정함을 잘알기에 그로부터 동생과 어머니를 보호하고자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모든것을 희생하지만 끝내 아비로부터 외면받는 모습을 보여 가장 안타까운 인물중 한사람이었다.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준 전쟁을 일으킨 헌원왕은 자식들간의 목숨을 건 다툼에도 자식들의 죽음에도 흔들리지않는 가장 비정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런 헌원왕의 본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인 적신이 그야말로 가장 한 나라를 이끌 군주의 모습이라는 평가는 날카롭지만 통찰력있는 평가라 할수 있겠다.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지않고 오로지 백성만을 생각하고 먼 미래를 위해 자식의 희생도 감수하는...
가장 비정하고 잔인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로서는 제대로 된 군주의 모습을 한 이가 헌원왕이라면 정치적인 계산이나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지지않고 오로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함에 있어 물불을 가리지않고 자신을 믿어준 사람을 위해 목숨을 아까워하지않으며 사랑하는 아형을 위해 그녀의 모든것을 감싸안는 적신은 그의 출신을 들어 축생이라 칭하던 귀족이나 높은 신분의 사람보다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순정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눈에 이끌려 수천년동안 오로지 한여자만을 바라본 적신의 헌신과 사랑 그리고 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아형의 아름답지만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린 `증허락`은 잔인하면서도 슬픈 우리의 인생사를 그리고 있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는지 알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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