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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ㅣ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평점 :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아주 이쁜 그림까지 곁들인 아름다운 시집
`생일 그리고 축복`은
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사랑의 아픔과 사랑의 아름다움, 사랑의 허무함 같은 걸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도
물론 아름답지만 여기에 소개되는 시는 전부 영미시로 저자가 일간지에 `장영희의 영미 시 산책`이라는 칼럼에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인데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도 나오지만 생소한 이름의 시인이나 작가들이 쓴 시도 많이 소개하고 있다.
2006년에
99편의 시를 추려 역시 같은 화가 김점선의 그림과 함께 엮은 시집 `생일`과 `축복`은 출간 당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다 이번에 이렇게
`생일 그리고 축복`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물론 소개된 시도 좋지만 책이 이뻐 선물로 줘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대부분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고 희망에 관한 시와 살아가는 삶의 길잡이가 되는 시도 소개하고
있다.
한 남자의 사람이 그토록 쉬 사그라진다고 날 가여워 말라는 시에서는 인생의 허무함과 유한한 사랑의 쓸쓸함을
이야기하고 있고 아내에게 당신 몰래 냉장고에 둔 자두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고백하는 다름 아니라는 왠지 몰래 먹고 미안해서 아내의 눈치를
보는 남편의 모습이 절로 떠올라 웃음이 났으며 사랑은 생명이 전이고 죽음 이후이며 천지창조의 근원 이라는 사랑의 절대적인 가치를 이야기하는
시에서는 낭만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헤매본 사람만이 길을 안다고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타버린
재에서 새로이 불길이 일고 왕관을 잃은 자는 다시 왕이 된다며 잠시의 좌절에 흔들리지 말라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도 있고 지금 현재 죽도록
괴로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면도 칼은 아프며 강물은 축축하고 약은 경련을 일으킨다며 죽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으니 차라리 사는 게
낫다고 다시 한번 시작해보라는 시도 지극히 현실적인 시라 꽤 인상적이었다.
학창시절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외우며
시의 의미와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무조건 외우기만 하던 때는 왜 그렇게 시가 어렵기만 하던지...
사실 시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닌데 시험 성적을 위해서만 대해서인지 그저 학문적으로만 접근한 탓인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오랫동안 시는 어렵다고만 여겼었는데 요즘
가끔 이렇게 시집을 접하게 되면 생각보다 시가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이 시를 소개하는 칼럼을 쓸 때가 작가가
투병 중일 때라는 소개를 보면서 그렇게 아픈 와중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가까이하며 시의 아름다움을 소개한 것은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시라는 언어를 통해 소개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소개된 시는 시 자체도 아름답지만 간단하게 코멘트한 글을 보고 난 뒤 다시 시를 읽으면 그 뜻이 더 와
닿는다.
시는 어렵다는 통념을 조금이라도 깨기 위해 많이 노력한 게 보이고 시와 그림이 어우러져 참으로 아름다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