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화요란
오카베 에츠 지음, 최나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여자의 적은 정말 여자인걸까?

이 책 `잔화요란`속에는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유형별 여자들이 나온다.

부자 아버지를 둬서 고생을 모르고 살다 역시 잘나가는 남편을 만나 평생을 우아함과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전업주부 미츠코

남녀차별반대를 외치며 남자들과 동등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자신이 번 돈으로 당당하게 자신을 꾸미며 결혼따윈 관심없다 외치는 열렬 커리어 우먼 마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다 상사와 불륜관계에 빠진데다 그 사실을 부인에게 들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지경에 빠진 미혼의 리카

이렇게 겉으로 보면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유형의 여자들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하기 그지없다.

책속에는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이 모든 등장인물을 아우르고 서로 엮어가는 사람은 미츠코의 남편이자 리카의 불륜상대인 소타와 리카와마키 그리고 또다른 여성인 이즈미가 함께하는 서예교실의 선생 에사키 류코이다.

소타라는 마성의 남자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미츠코는 딸 미우를 낳고 난 뒤 겉으로만 부부행세를 하고 늘 밖에다 여자를 두고 있는 남편땜에 맘고생이 심하지만 누구에게도 그런 표시를 내지 않을뿐 아니라 품위를 잃는것은 모든것을 잃는것이라 생각하고 늘 남의 눈을 의식해서 완벽한 아내이자 여자의 모습을 하도록 노력하지만 사실 그녀의 이런 생각은 어릴때부터 엄마에게 주입되어온 방식이고 평생을 부모 혹은 남편의 뜻에 따라 행동하는...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한적이라곤 없는 유형이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늘 외도를 하고 심지어 딸 미우에게조차 공감받기는 커녕 바람을 피우는 아빠보다 엄마를 더 혐오하고 싫어하며 그런 행동을 위선이라 치부하고 경멸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편 스스로를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커리어 우먼이라고 생각하는 마키는 리카의 결혼준비를 돕다가 슬며시 스며드는 불온한 마음을 가지고 작정하고 리카의 약혼자인 케이치에게 접근해서 유혹해내는 파렴치한 짓을 서슴치않는다.자신이 비록 40대의 나이지만 늘 젊음을 유지할뿐 아닐라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남자도 유혹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 타입의 여자이기에 자신보다 훨씬 젊은 리카의 남자를 유혹함으로써 자신의 여성성이 리카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고픈 마음이 더 컸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케이치에게 빠져버리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뼈아픈 실책을 할 정도로 스스로가 생각하듯 완벽하게 남성으로부터 독립된 주체는 아니다.

이렇게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 남자와 얽히거나 사랑이라는 감정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각자를 사랑의 고통에 빠져들게 한 당사자인 남자들보다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게 해주는 상대 여성들에게 더 대립각을 세우고 경쟁의식을 느끼며 미워하고 원망하는 여자들 특유의 심리와 정서를 잘 묘사하고 있는 작가는 분명 어느정도 연륜이 있는 여자임이 틀림없겠다 생각하고 찾아보니 생각했던 대로 나이가 좀 있는 여성작가였고 특히 이 세명의 여자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서예의 한자로 표현해내는 류코라는 인물이 작가의 전신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내용만 보면 자칫 삼각관계에다 불륜이 나오고 친구의 남자를 유혹하는등 막장스러운 요소가 많지만 이런 뻔한 소재를 뻔하지 않게 표현해냈을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치열하게 갈등하고 고민하며 계산하고 전쟁을 치루듯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고자 하는 여자들의 심리가 잘 나타나있다.

늘 여자들보다 우위를 점하려고 하는 남자들보다 동성인 여자들에게 더 경쟁심을 느끼고 질투하며 미워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잘 표현해내고 있는 `잔화요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여자는 아릅답다고 보는 작가의 마음을 표현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결론은...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믿지못하는 자신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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