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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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흑백으로만 이뤄지지않았다는 걸 알게 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부모의 사랑과 가치관에 의존해 모든것을 흑백으로 보는 유아기적 관점을 벗어나는 시기는 아마도 청소년시기가 대부분일것이다.부모나 학교에서의 가르침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진실을 보는 눈을 키우는 시기

이 책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나이가 16세인것도 그럼점을 고려한듯하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다윈과 루미,레오도 그렇고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중 한 사람이 제이 헌터 역시 16세였다.

모든지역이 엄격하게 나눠져있는 이곳에서 최상위지구인 1지구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선망받는 학교인 프라임스쿨의 모범생 다윈은 다른 사람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있는 교육부 차관인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아무런 근심걱정없는 밝은 아이였다.

하지만 30년전 죽은 아버지의 친구 제이의 추도식에서 마주친 루미와 친해지면서 이 모든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영리하고 작은 단서에서 사실을 추론하는 힘이 탁월한 소녀 루미는 태양처럼 빛나고 반짝거리는 지성으로 다윈을 단숨에 매료시켰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 불만이 많은 루미는 오래전 모두가 선망하는 학교인 프라임스쿨에 합격하고서도 스스로 입학을 거부했던 삼촌 제이를 동경하며 그의 수상한 죽음을 파헤치는 것으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항한다.

그녀가 의문을 표하는 제이 삼촌의 죽음은 삼촌의 앨범에서 사라진 사진의 행방을 찾으면서 점점 구체화되고 그런 그녀와 함께하면서 다윈 역시 그녀의 의문이 타당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과연 그들이 찾는 그날밤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들이 퍼즐의 조각을 찾으면서 밝혀지는 범인의 실체는 똑똑하고 성실했던 다윈의 모든것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가족의 뿌리를 뒤흔드는 비밀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이때부터 소년 다윈의 고민은 깊어져간다.

자신이 배우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것처럼 죄를 지은 사람은 모든것을 잃더라도 반드시 죄값을 받아야하는걸까?

모든것이 엄격하게 법과 규칙으로 규정된 사회에서 죄를 지었음을 고백하는것은 자살과도 같은 행위이고 단 한번의 실수로 그 사람이 이제것 해 온 모든것을 부정해야하고 자신들이 가진 모든것을 내려놓아야한다면 이런 선택은 후회하지않을것인지...

진실은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다른 사람의 피를 보더라도 반드시 밝혀져야하는것인가?

루미와 자신의 아버지조차 우상시하던 소년 제이는 똑똑하긴했어도 독선적이고 융통성도 없으며 타인의 작은 실수 하나에도 무자비하기까지 한 겁쟁이일뿐이고 루미가 늘 비겁하고 어리석다고 깔보던 루미의 아버지는 생각보다 날카로운 통찰력이 있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세상 모든것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모든것을 훅백논리로 규정할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다윈의 모습을 통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소년의 밝았던 세상은 한순간에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과 상처를 딛고 소년은 어린시절과 작별을 고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다윈 영의 악이 기원`은

소년 다윈을 통해 지극히 순수했던 아이가 진실을 깨닫는 과정에서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스스로 자처해서 온 몸에 재를 덮어쓰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떠한 죄도 짓지않은 채 어른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누구보다 순수했고 밝았던 다윈이기에 그가 스스로 선택하고 마침내 결정하고 난 뒤 약간의 흔들림과 고민조차 사라진 모습은 그래서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스스로의 논리로 무장한 이런 아이가 모든것을 손에 쥔 채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면 두렵기 그지없다.아마도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건 아닐지...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결국 같은 역사를 반복하는 것일까?

주인공의 이름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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