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갈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3
사쿠라기 시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어릴적부터 학대받던 아이가 커서 보란듯이 그 엄마의 애인과 결혼을 한다

소재만 본다면 우리에게도 친숙한 막장드라마의 한편을 보는것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사쿠라기 시노의`유리갈대`는 이렇게 진부한듯한 소재를 가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부하지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자신보다 서른살도 더 많은 남편과 결혼을 한 세쓰코는 그런 결혼을 통해서 얻고자 한건 무엇일까?

정말 남편이 청혼할때의 말처럼 경제적,심리적 안정을 원해서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혼을 한것으로 보기엔 그녀의 행보는 평범하지않다.

그녀는 특별히 원하는것도 애착을 가진것도 없을 뿐 아니라 늘상 그녀가 꾸는 꿈에서 나오는 마른모래를 보면 알수있듯이 마치 모든것이 언제든 무너질것처럼 위태롭고 불안하게 보인다. 

이렇게 매일매일 평온한 생활을 하는것처럼 보이면서도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위태로움을 느끼게 하는 세쓰코의 일상이 무너져내린건 남편인 고다 기이치로의 의심스런 사고이후부터인듯하다.

늘 긍정적이고 유쾌한듯 보였던 남편의 사고는 그가 자신에게는 숨긴 채 엄마와 만나고 있었다는걸 알려주게 되고 이후부터 세쓰코는 더욱 불안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다.

숙면을 취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면서 어디론가 떠날사람처럼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세쓰코의 모습은 어릴적부터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정붙이고 의지할곳 없어 텅빈것 같은 그녀의 마음처럼 공허하고 허무하게 보이고 그런 그녀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또다른 남자 사와키 역시 그녀를 걱정할순 있어도 그녀를 잡아줄수는 없는 남자다.결국 어디에도 그녀가 의지할만한 것이 없는 그녀의 삶은 마치 속이 텅빈 갈대같다.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이제껏 그런 그녀를 붙잡아두었던 남편이자 파파라 불리었던 기이치로마저 끝내 그녀에게 의지할만한 안식처는 아니었다는 게 밝혀질 즈음 세쓰코를 흔드는 모녀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갑작스럽게 긴장감을 가지고 서스펜스처럼 흘러간다.

자신의 어릴적모습과 닮아있는 마유미와의 만남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남자없이는 살 수 없었던 자신의 엄마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수 없어 남편의 폭행을 견디는 여자는 어딘가 닮아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말없이 스스로를 던져 세쓰코를 끌어들이고 엄마로 하여금 결심을 하게 한 마유미는 흔들리며 부유하던 세쓰코마저 변화하게 하는 결정적인 촉매의 역활을 하고 있다.

결국 세쓰코가 마지막으로 한 결정은 이렇게 스스로의 삶은 남편도 남자도 아닌 스스로가 책임지고 결정해야한다는 진리를 마유미를 통해 깨닫게 되면서가 아닐지...

마지막까지 의외의 묘수를 숨겨놓아 끝까지 긴장을 놓지않게 하는 묘한 소설이었다.

자극적이고 막장인것같은 소재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미스를 범하지 말기를...내겐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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