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어린티를 벗지 못한 한 여자가 누군가의 집 문을 두드린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로넬라..갓 18세의 그녀는 한달전 결혼 한 남편의 집에 온 것이고 그런 그녀를 맞은건 남편의 환대가 아닌 차가운 시선의 시누이 마린과 하녀같지않은 태도를 가진 코르넬리아였다.

갓 결혼한 어린 신부와 그녀를 환영하지않는 사람들 그리고 어딘지 비밀스러우면서도 어두운 분위기는 고전 `레베카`가 생각나게 한다.줄곧 음산하고 비밀을 간진한듯한 분우ㅣ기에다 곧 무슨일이 벌어질것만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한..

이 책 `미니어처리스트`에도 그런 묘한 분위기가 전체를 휘두르고 있다.

남편이지만 그녀를 아내로 안아주지않는 요하너스,남편의 동생이면서 집안을 좌지우지하는 시누이 마린,그리고 색다른 피부색으로 어딘가로 외출하면 모두의 시선을 받는 하인 오토,하녀이면서 하녀답지않은 태도를 보이지만 많은것을 알고 있는듯한 코르넬리아로 구성된 집안 사람들

어딘지 비밀스러운 분위기,뭔가 숨기는듯한 사람들,그리고 누군가 늘 엿보는 듯한 시선은 갓 시집온 어린신부 넬라를 주눅들게 하고 남편은 그런 그녀를 모른척 외면함으로써 새로운 집에서 스스로의 위치에 확신을 하지 못하는 넬라의 불안감은 높아만 간다.그리고 그런 그녀의 불안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염되어 평화로운 일상을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곧 뭔가 터질듯한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어딘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사람들의 모호한듯한 이야기가 전반에 흐르면서 뭔가 있는듯한데 그 뭔가가 도대체 뭔지 궁금해죽을즈음 마침내 하나씩 드러나는 그들의 비밀과 거짓말들은 조용하고 부유했던 브란트가를 뿌리채 뒤흔들게 된다.

넬라에게 남편인 요하너스가 결혼선물로 마련한 사람의 키 반만한 모형의 집을 채울 미니어처리스트와 넬라가 접촉하면서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언제나 나올까 기다리던 그 무언가가 이 집에서 집안 사람들에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17세기말의 네덜란드는 상업의 발달로 풍요롭기 그지없지만 여자들의 지위는 그 시대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형편없었다.

여자들은 재산을 소유하기 힘들고 남편의 사무실이나 일하는 곳을 출입할수 없을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뭔가를 할수 없는 위치였지만 이 책에선 그런 평범한 길을 거부하고 각자 다른 길을 걷는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상인이었던 요하너스보다 더 영리하고 뛰어났지만 여성인 마린은 집안에서 오빠인 요하너스에게 의지할수 밖에 없었고 그런 마린은 남자와 결혼하는걸 거부함으로써 그 시대에 맞섰던 반면 그 시대 여성의 일반적인 삶을 살았던 아흐너스는 자신의 재산권조차 스스로 행사하지않고 남편에게 넘겨 오로지 남편만 바라보는 종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대표적인 여성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두 여성의 사이에 주인공인 넬라와 또다른 여성상의 모습을 하고 있는 미니어처리스트가 있다.

넬라는 처음엔 결혼해서 남편에게 복종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평범한 아내를 꿈꾸었지만 그녀가 처한 환경은 그런 그녀의 꿈을 용인하지않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수 밖에 없도록 해 넬라가 평범한 소녀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스스로 걸어갈수밖에 없게 하는 한편 남자들만의 세계인 숙련된 기술자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걸어가는 미니어처리스트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다른사람과는 다른 탁월한 관찰력과 세심한 기술을 이용해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힘으로 자신의 길을 걷는다.

이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여성성을 부인하는 마린과 미니어처리스트와 그 여성성에 순응하는 아흐너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끼여있는 넬라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소설 `미니어처리스트`는 이 세사람의 힘의 균형이 이야기전체에 흐르는 비밀과 거짓말이 밝혀지는 순간 깨어지게 되면서 이야기의 속도를 가하고 있다.

어둡고 암울한 비밀을 가진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의 비밀을 들여다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과 위선을 그리고 있는 `미니어처리스트`는 속도감있게 읽혀지진않지만 사람들속에 내재되어있는 인간의 속성을 잘 표현하고 있을뿐 아니라 각자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어 한줄씩 정독하며 읽을수록 더 색다른 매력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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