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션 일레븐 스토리콜렉터 45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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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역을 맡은 배우가 무대에서 쓰러져 죽음을 맞으면서 이 세계의 종말은 시작된다.마치 단막이 끝난 후 커튼이 내려지며 새로운 단막이 시작됨을 알리듯이...

이렇게 다소 연극적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인류의 종말을 이야기하지만 인류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다른 수많은 책과 달리 마냥어둡거나 암울하지만은 않다.

더불어 소란스럽거나 폭력적이지않다는 점에서 분명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조용하고 소리없는 가운데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라 더 두렵게 느껴질수도 있다.

온갖 기기가 발달하고 과학이 발달했음에도 눈에 보이지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순식간에 손도 못쓰고 당하고 마는 인류의 모습은 그래서 더 허무하게 느껴진다.

조지아 독감이라는 이쁜 이름을 가진 독감은 발병후 48시간이 지나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이고 그 바이러스의 정체에 대해 인간이 인지함과 거의 동시에 사방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며칠이 지난 후에는 99%에 가까운 인류가 사라지고 만다.기껏 독감 바이러스하나에...

그리고 20년 후

세상의 모습은 많이도 변해 그 일이 있기전과 있은 후에 태어난 사람간에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지만 그들의 모습은 마치 기원전과 기원후의 인간처럼 엄청난 지식과 정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모습으로 일상을 생활하고 있다.

모든 문명의 혜택이 사라진 후 마치 중세이전시대처럼 불을 피우고 마차를 끌며 자기가 사는 곳 이외의 곳에 대한 정보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로 유랑악단마차가 도착한다.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고 클래식을 연주하며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유랑악단 단원들 속에는 커스틴이 있다.

커스틴은 리어왕을 하다 무대에서 죽은 배우 아서를 기억하고 그때 그 무대에서 그의 죽음을 지켜봤던 소녀

그때의 기억으로 아서에 관한 모든것을 수집하는 커스틴은 다시 들른 마을에서 그 마을을 지배하는 일명 예언자라 칭하는 사람과 그 무리의 횡포를 목격하게 되고 쫏기듯 마을을 떠나게 되지만 단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이상한 일이 발생하면서 결국 무리에서도 낙오하게 된다.커스틴은 떨어진 일행과 만나기 위해 그들이 가고자 했던 세번시티 공항으로 향하게 되는 과정이 마치 로드무비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의외인 점은 이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무리가 예상을 뒤엎고 폭력적이거나 남의 것을 약탈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시골길을 가면 서로 안부를 묻고 잠자릴 제공해주듯이 평화로운 일상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서와 커스틴의 이야기가 교대로 바이러스가 발병전과 그 후의 이야기를 담당해서 그려지고 있는 스테이션 일레븐은 같은 무대에 선 그들의 인연이 결국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아서의 일생과 그와 인연이 있었던 사람을 중심으로 그려내고 있다.

누군가의 꿈이었던 만화한컷이 누군가의 구원이 되고 또 누군가는 붙잡아야할 믿음이 되어 돌아온 `스테이션 일레븐`

왠지 저 멀리 넓지만 조용한 곳에서 집단으로 모여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어딘가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수 있을것만 같다.

그리고 이런 미래사회가 기다린다면 모든걸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보는것도 인류를 위해선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는데 특히 모든것이 사라져버린 그곳에서 우연처럼 전깃불을 발견하고 감격해하는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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