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와후와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평점 :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마당넓은 집의 툇마루에 누워 떨어지는 빗소릴듣는것이다.
내가 어릴때만해도 대부분 주택에 거주하던 때라 마루있는 집이 많았고 한낮의 햇빛을 잔뜩 머금어서 따뜻해진 마루에 누워 있을때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기고 그렇게 평화로울수가 없었다.
한낮의 고즈넉함을 느낄수 있었던 그 마루...그리고 그곳에서 바라다 본 푸른 하늘같은건 지금도 그리운 정경중 하나이기에 요즘들어 부쩍
단독주택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다.이런건 왜지 아파트완 어울리지않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은 어릴적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 그림책 `후와 후와`에서 이야기하듯 그려놓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후와후와의 느낌이 내가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느끼는 바로 그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것 같아서 비록 언어는 다르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느낌을 조금은
알것 같다.
구름이 가볍게 둥실 떠 있는 모습이라든가,커튼이 살랑거리는 모습,혹은 고양이털처럼 보드랍고 가벼운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하는 후와후와는
이렇게 떠올리면 어딘지 달콤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고 아련하게 그리워지면서 포근해지는...바로 추억의 느낌을 말하는거라고 해도 틀리지않는
표현이 아닐까?
중국의 고급 양탄자같이 털모양이 비슷해서 이름이 `단쓰`가 된 고양이 `단쓰`는 이미 어느정도 나이들어 이 집으로 오게 되었지만 다른
고양이와 달리 얌전하고 똑똑해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제 그릇에 담아주기전에는 절대 탐하지 않는 의젓한 모습도 보여주지만 자신의 예전 주인집을
두번이나 찾아갈 정도로 똑똑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그가 좋아하던 모습은 햇빛을 잔뜩 머금어 따뜻해진 고양이 옆에 누워 같이 낮잠을 자면서 고양이 털 냄새를 맡거나 가르릉거리며
만족스러워하는 고양이의 소릴듣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거다
그런 걸 옆에서 지켜볼때의 그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듯 고요하기도 하고 평화롭기도 한데 그가 그려논 풍경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왠지 마음이
평화로워지는것 같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어딘지 따뜻한 느낌의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으로 어린시절 단쓰와 놀면서 느낀 한갓진 느낌도 느껴지고 별다른 기교없이
단순한 글로 표현했지만 그때 하루키가 느꼈던 평화로우면서도 고양이에게 가졌던 그의 애정도 드러난다.
외동이었던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도 가르쳐주고 따뜻한 햇빛을 머금은 고양이의 털냄새의 정겨움도 알려준 단쓰
누구나 옛날을 생각하면 떠올리는 추억의 한자락이 있는것처럼 그에게 단쓰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닌 어린시절 그의 친구이자 가족이었고 늘
떠올릴때면 봄볕같이 포근한 기억을 주는 그리움의 대상이자 추억의 존재인것 같다.
그가 그려놓은 고양이 옆에서 한가로이 자는 낮잠은..나에게 어느 여름날 마루에 누워 비오는 소릴 들으며 스르르 잠들던 평화로운 낮잠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한가하고 평화롭고 따뜻해지는 그리운 기억...그게 바로 후와 후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