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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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보니 기억이 나지않는다.생각나는건 피웅덩이에 누워있던 두구의 시체뿐...

어느날 낯선곳에서 눈을 뜨고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나지않는다는 설정은 미스터리장르를 좀 읽어본 사람들에겐 익숙한 플릇이다.

작년에 13.67이라는 작품 하나로 돌풍을 일으켰던 찬호께이의 작품이기에 이런 익숙한 시작은 다소 실망스럽다 싶었지만 이 작품이 쓰여진게 2011년이고 13.67은 2014년 작품이라는 설명을 보고서야 납득을 할수 있었을 뿐 아니라 식상하다 싶은 시작도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었던건 아무래도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인것 같다.

일단 낯선곳에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서 스스로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어 찾아가던 남자는 자신이 경찰이며 한아파트에서 남편과 임산부였던 아내를 처참히 살해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이었다는걸 기억해 내지만 알고보니 그 사건은 이미 6년전에 종결되었던 사건이고 그 사건이 발생한 후 6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했음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런식의 전개의 대부분은 주인공이 기억하고 말하는 부분과 다른 사람의 증언이나 대화를 통해 서로 어딘가 미묘하지만 이상하게 핀트가 어긋나 있음을 마침내 독자들이 알게 될 즈음 반전을 맞이 하게 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뀐다던지 혹은 주인공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에 대해 뭔가 큰 비밀이 있어 그 비밀이 드러남으로써 소설의 큰 전환점이 되는것으로 흘러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처음에 이런 식으로 시작했던 책을 읽었을때는 엄청난 반전에 놀라기도 하고 읽으면서 놓쳤던 부분을 찾아 앞으로 다시 돌아가 읽기도 했지만 이제는 흔히 사용하는 트릭의 일종이기에 그런 신선한 놀람은 없을 뿐 아니라 엄청 기대치가 높았던 찬호께이의 신작에서 이런 식으로 식상하게 흘러가는 시작에 당황했던 것도 잠시...

작년에 그의 돌풍이 이유가 있었음을 뻔하지않은 전개로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많은 현대인들이 너무나 빨리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있어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기억장치에 혼란을 겪는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신경이 피곤을 호소하고 있어 여러가지 형태의 신경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책속에서 주인공인 형사 역시 자신이 겪은 한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시달리고 있으며 그 여파로 기억에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자각하고 있어 자신의 기억에 혼란이 올때 스스로 완화하는 방법도 알고 있는 그는 자신의 무의식속에 크게 차지하고 있던 6년전 살인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점점 범인이라 지목되었던 사람이 진범이 아닐뿐 아니라 진범이 누구인지도 추리하게 되고 여기에다 작가의 노림수가 드러나면서 더욱 혼란스런 상황속으로 이끌어가 익숙한 전개에 편안하게 읽던 사람들을 가볍게 긴장시키고 있다.

과연 자신은 누구인걸까?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걸까?

자신이 기억하는 게 과연 진짜 기억인걸까?

점점 밝혀지는 범인의 진상속에서 스스로의 기억을 믿을수 없는 남자의 범인찾기는 신선하거나 기발하진않지만 속도감있는 빠른 전개로 확실히 시선을 모을줄 아는 작가의 힘을 느낄수 있었다.

초기작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매력있는 작품이었고 얼른 작가의 신작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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