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잠

창백한 잠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오랫동안 방치되어 페허가 된 건물을 주로 찍는 다쓰미 쇼이치는 쇠락해가는 마을인 다카하마의 폐허가 된 호텔사진을 찍다 여자의 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의 정체는 저널리스트이자 이 마을을 둘러싼 공항건설을 반대하는 모임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 단순한 추락사로 보기엔 어딘가 의심스런 상황...거기다 그녀와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던 다쓰미의 지인은 죽은 저널리스트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만날 약속을 한것 같다는 증언을 하면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누구인지 모두가 궁금해하는 가운데 죽은 저널리스트의 전남편이자 기자인 안비루와 폐허가 된 호텔의 주인이자 현 애인인 남자의 부탁으로 그녀의 죽음에 관해 조사하던 중 다쓰미의 지인 역시 같은 장소에서 추락한 채 부상을 입게 된다.

엄청난 개발자금이 오고가는 가운데 마을 전체가 공항개발에 반대하는 사람과 찬성하는 사람으로 양분되어 서로에게 격렬히 시위하는 가운데 벌어진 살인사건은 서로의 진영을 의심하게 되고 이런 그들에게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해줄 사람으로 타향에서 온 그가 가장 적격인데다 그에게는 사진기를 잠시 놓은 즈음 탐정일을 한 이력이 있었던것...

죽은 여자의 발자취를 쫓다 그녀가 오래전 화재로 폐허가 된 호텔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하던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쓰미 역시 호텔의 화재사건을 조사하게 되면서 생각도 못한 일을 알게 되는데...

주인공 다쓰미 쇼이치는 어딘지 조금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고 그런 그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것이 그의 사진이다.

다른것도 아닌 아무도 더 이상 찾지않은 채 방치되어 있는 폐허를 찾아 그곳의 사진을...그것도 인적이 드문 시간인 해지기 직전의 새벽녘에 찍는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존재도 모르고 엄마의 사랑조차 받은 일이 없어 늘 사랑을 어려워하고 조심스러워하는 외로운 사람이다.그래서 늘 주변을 경계하고 사람과의 사이에서 한발짝 물러나 관조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이런 그의 태도는 사랑을 하는데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그 사람의 진심을 파악하는데는 남보다 감이 앞서기도 한다.

그런 그의 장점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태도나 말투를 통해 진실의 유무를 파악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는 것처럼 그 장면을 눈에 담아 두었다 필요할때 끄집어 내는것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기에 사건해결에 가장 도움을 주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공항개발의 찬반을 둘러싼 개발비리나 이권다툼으로 인한 사망사건같아 보였던 살인 사건에 생각도 못했던 호텔 화재사건과의 연결점을 찾아 내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거금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면서 사건의 이면에 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지게 되고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로 인해 단숨에 읽도록 만드는 몰입감을 주고 있다.

이제는 서서히 몰락해가는 마을...그곳에서 함께 자라고 함께 성장했던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이권에 의해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결국에는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게 되지만 그들이 그토록 되찾고 싶어했던 마을의 번영은 커녕 개발업자와 권력자의 손에 이권이 모두 넘어가게 되고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던 마을은 마치 오래전 이미 인적잃어 폐허가 된 호텔의 모습과 다름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언제쯤 깨닫게 될까?

아무것도 남지않은 폐허를 찍은 사진은 사랑조차 두려워하는 주인공의 마음과 서서히 허물어져가는 마을 다카하마의 미래를 보여주는 장치인것 같다.아름답지만 어딘가 애처로운...

개발을 둘러싼 찬반다툼과 이권을 둘러싼 전쟁은 우리주변에서 오늘도 벌어지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기에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않았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