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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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을 법한 유형의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어딘가 있었음 좋겠다 싶고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맘이 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직업같은 것도 보면 사회적으로는 루저나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좀도둑이나 갱 혹은 사기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럼에도 그들은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있어 원칙에 위배되는 일은 죽어도 하지않은 이상한 올곧음같은걸 지니고 있다.그런점때문에 대부분의 소동이나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에서 이상하게도 장인정신같은걸 느끼기도 한다는것이 묘한 매력을 더하고 있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목 부러드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은 장편이 아닌 단편을 모아 놓은 책인데 완전하게 서로 다른 단편이라기 보다 어딘가에서 서로 조금씩 연결된 연작소설이라고 할수 있다.

게다가 사람의 목뼈가 7개라는 점을 착안해 이 책에도 7편의 소설을 싣어놓은걸 보면 그에게는 이상한 유머코드가 있는게 분명하고 그런점이 이사코 코타로다운 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는 크게 봐서 두명의 주인공이라고 할수 있는 남자가 등장하고 있다.

한 사람은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의뢰에 따라 목을 부러 뜨려 한방에 죽여주는 킬러인 남자와 좀도둑질 전문이지만 겉으로는 탐정일을 하고 있는 구로사와인데 각각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과 그 주변인물이 처한 상황같은걸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특히 킬러는 여기저기 같은 장소 다른 시간에 모습을 보이는 판타지스러운 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업인 킬러의 역활을 수행하는 사이사이 왕따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을 구해주거나 사건에 휘말리기 직전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친절을 베풀고 있으면서 세계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누군가를 죽이는 일을 하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줘야 그 균형이 맞다고 생각하는 타입의 남자다.

이런 반면에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인 구로사와는 남의 뒷조사를 하거나 과거의 사람을 찾아주는 일을 하면서 은근슬쩍 남의 돈을 훔치기도 하지만 의외의 부분에선 일반사람들보다 더 정의로운 면을 보여주는 이중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작품속에선 절대로 만나는 일이 없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묘하게 닮은 부분이 있다면 자신이 하는 일에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고 남이 볼때는 사회적으로 비판받을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일반 사람들 보다 어떤 면에선 더 도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며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그 죄값을 받는다는 사필귀정이나 인과응보를 믿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대리하고 있다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아들을 잃은 사람이 그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하는 `누명이야기`나 사슴벌레들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잘난척하지만 이와 별다르지않은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는  `사람답게`나 역사적 괴담과 현실속 이야기를 섞어놓은 `측근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세계관이나 평소의 생각같은 걸 보여주고 있는것 같다.

연작이라는 속성상 앞의 이야기와 뒤의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연결되기도 하고 서로 다른이야기속의 등장인물들이 묘하게 겹치기도 하는 데 그런 걸 찾아보는 재미도 좋은것 같다.

과하지않은 유머와 은근한 비꼼,현실적이지않은 캐릭터지만 그게 또 묘하게 현실적으로 와닿는 캐릭터들이 잘 섞여 참으로 이사카코타로 다운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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