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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절규
하마나카 아키 지음, 김혜영 옮김 / 문학사상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사회현상과 밀접한 사건을 통해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사회파 미스터리는 그만큼 우리 생활과도 밀접한 현상과 범죄를 다루고 있기에 공감을
얻기도 쉽고 또한 몰입감도 좋지만...범죄의 동기나 사건 해결방법에 있어서는 그만큼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현상이니만큼 각자가 생각하는 해결방법이나 돌파구는 다양할수 밖에 없고 그런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럴수도
있구나...혹은 그럴수밖에 없겠다는 동조와 공감을 얻으려면 범죄의 동기나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져 그런 선택을 할수 밖에 없었던 사람의 심정에
약간의 동조 혹은 지지를 이끌어 내야하는 만큼 범죄자가 매력적이거나 혹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극단적으로 암울해서 스스로는 그 덫을 나올수
없을 지경에 이르른 사람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잘 살리는 작가중 한사람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녀에게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이라는 칭호가 붙은것
같다.
어느날 한순간 혹은 잠시의 유혹으로 덫에 끌려들어가 나올려고 발버둥칠수록 점점 더 덫에 빠져들어가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의 모습을 한
주인공은 스스로 한 행동으로 인한 대가를 치루지만 그 대가가 너무 가혹하여 독자가 자신도 모르는 새 그 사람의 죄를 잊고 형사의 눈을 피하거나
살아남게 되길 응원하게 만들면...최고의 사회파 추리소설의 탄생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이 작품 `침묵의 절규`는 충분히 그런 사회파
미스터리의 매력을 잘 살린 작품이었다.
조용한 맨션에서 죽은지 이미 오래된 사체가 발견되고 애완고양이들의 사체 역시 발견되면서 현대인들에겐 흔한 죽음의 형태인 고독사로
추정...사건을 마무리짓기 위해 피해자의 신원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던 중 피해자는 요코라는 이름의 40대 여성으로 그녀의 호적에서 여러건의
결혼을 했으며 그 대부분이 남편의 죽음으로 끝나는 짧은 결혼생활을 유지했다는 다소 미심쩍은 결과를 얻게 된다.
요코의 흔적을 찾아 다니게 된 형사 아야노는 피해자 요코의 과거의 행적으로 그녀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닌 누군가의 타의에 의한 죽음일수도
있음을 깨닫고 그녀의 과거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게 되면서 숨겨져있는 여러건의 죽음이 자연스럽지않을 뿐 아니라 돈이 관련된 범죄임을 깨닫게
되는데...
요코의 죽음을 수사하는 아야노의 사건일지와 요코의 일거수일투족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수기의 형식으로 풀어가는 두 시선을 통해 사건의 진상과
요코의 일생을 그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침묵의 절규는 사회파 미스터리답게 현대인들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그리고 그런 가정마저 경제거품의 붕괴로 뿔뿔히 흩어져 각자가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평범했던 가족인 요코집안이
점차 어떻게 해체되어가는 지를 통해 보여지고 있는데 수십년간 함께 꾸려가던 가족이 아버지의 판단착오와 실직으로 그야말로 순식간에 무너져내리는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했다.
아들에게만 사랑을 준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사랑과 관심이 늘 목말랐던 요코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존감이 낮은 여성으로 자라게 되고 그런
그녀의 성격은 약간의 애정을 보인 남자들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어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겉잡을수 없는 범죄의 길로 스스로 걸어가게 되는
불행의 시초가 되는데 이 모든 범죄의 시작은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그녀의 욕구와 그런 욕구를 소비를 하거나 누군가에게 헌신하는것으로
보상받으려했던 성격이 기여한 바가 크다.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빚을 권하는 사회나 쉽게 돈을 빌릴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제일 크지만...
평범했던 요코가 홀로서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다 결국에는 범죄에 빠져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행동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던것에 대해서는 연민을 느끼게 했다.
노숙자를 통해 사회안전망의 부재를 이용한 요코팀의 교묘한 보험사기는 요즘 사회뉴스에서도 자주 들어본 것이기에 그만큼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이야기였고 우리모두에게 하는 경고와도 같다.
평범했던 여자가 차츰 차츰 인생의 바닥으로 끌려내려가는 과정이 심도 있게 그려진 침묵의 절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