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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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적부터 내가 소유하고 있었는지 모르는 책

`대답은 필요없어`

미야베미유키의 작품을 제법 좋아해서 늘 현대물만을 선호하는 내게도 그녀의 에도시대물이 몇권인가 있을 정도로 그녀의 책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지만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다보니 이제서야 읽게 된 책

더 웃긴건 읽으면서 뒤에 쓰여있는 설명조차 읽지않았을 뿐 아니라 책 겉표지에 뚜렷하게 써 놓은 미야베미유키단편집이란 것도 못보고 책을 읽어나가다 이 책이 단편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거다.

알고보니 그 유명한 화차의 원형이 된 작품도 실려있으며 연속 2회 나오키 상 후보로 거론된 화제작이라고 한다.

뭐..어쨋든 이런 수식어 따윈 필요없다...어차피 재미와 가독성은 보장하는 미미여사표 추리소설이니까~

6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인데다 하드보일드한 사건사고가 나오기보다 우리 일상에 숨어든 작은 미스터리나 인간의 질투 혹은 악의 같은걸 이야기하고 있어 읽기에 부담은 없다.

그럼에도 작품 전체에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니...이래서 그녀를 대가의 반열에 올리는가 보다! 하는  깨달음을 새삼 얻는다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고 실의에 빠진 여자가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하면서 남긴 남자의 말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웃부부와 벌이는 사기사건을 통해 현금카드보안의 취약성고발및 변조위험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위해 모른 척 눈감고 있었던 은행에 날카로운 펀치를 날린 `대답은 필요없어`

늘 자신이 원하지않던 상황으로 끌려가고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사람들이 모든일을 남의 탓으로 하는것을 날카롭게 풍자한 `나는 운이 없어`에는 자신의 원망과 질투를 숨긴채 상대방이 가진것을 부러워하는 은근하고 끈적거리는 악의를 가진 여자가 등장하는데 그 캐릭터가 상당히 현실성이 있게 와닿는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여자가 등장하는`배신하지 마`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외모만 가꾸고 치장하지만 어느새 주변에는 자신만 홀로 덩그러니 남아 나이들고 있는 모습을 부정하며 자신의 빛나던 젊음을 가진 여자를 질투하고 경쟁하면서 괴로워하는 여자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6편의 단편 각각에는 도시라는 비정한 곳에서 홀로 남아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공허함을 가진 현대인들의 모습들이 잘 표현되어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갖가지 것들에 중독되고 있고 특히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비의 미덕을 강요하며 여기저기서 빚을 권해서라도 갖고 싶은건 갖도록 권유하는 사회와 그 덫에 걸려 허덕이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이 짧게 짧게 묘사되고 있는데 아마도 이때 이미 대출이나 카드 혹은 소비자 금융의 폐해에 대해서 미야베 미유키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않나 생각한다.별다른 고민없이 갖고 싶은건 빚을 내서라도 사고 카드를 한도까지 사용하다 부족하면 카드돌려막기를 하면서도 그 모든것의 위중함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자 꾸준히 이런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걸 보면...

이 책이 나온게 1991년인데 그녀의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변에는 빚을 내서라도 원하는걸 사면서 신용대출이나 소비자금융의 무서움을 모르는 사람들 천지인걸 보면 인간은 스스로 부딪쳐 깨져보지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동물인가보다

그녀 특유의 냉정하게 현실을 보여주는듯 하면서도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따듯함이 흐르는 글이었다.

단편집이라 부담없이 읽기에 좋고 너무 강하고 자극적인 내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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