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필요 없다
베른하르트 아이히너 지음, 송소민 옮김 / 책뜨락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부터 뭔가 맺고 끊는 느낌이 든다.

장례식 따윈 필요없다는 부정적이고 강한 거부감이 느껴지는 이 책은 우리에게 다소 익숙하지않은 나라인 오스트리아에서 온 스릴러이며 주인공의 직업이 기존의 형사나 탐정이 아닌 장의사이고 더군다나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도 특색있게 느껴진다.

하드보일드 장르에 여성이 주인공이고 피가 흐르는 잔혹한 복수극이지만 분노가 불처럼 들끓는게 아닌 차가운 얼음같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중 하나다.

400여페이지 남짓한 그다지 두껍지않은 내용에다 문체 또한 긴 문장의 연결이나 대화체위주가 아닌 단어 위주의 짧은 문장으로 이뤄져있어 그 건조함이 더욱 강조되고 조금만 방심해서 읽다간 자칫 문장의 흐름을 놓칠수 있어 집중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상당히 매력있는 글이었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 입양된 양부모로부터 정서적인 학대를 당하고 자란 블룸

그녀가 양부모를 죽인 날 처음 만난 남자가 바로 그녀로 하여금 사랑을 처음 느끼게 해주고 영원한 행복을 꿈꾸게 한 마르크지만 그와 그녀의 행복은 마르크가 자동차 사고로 죽으면서 모든게 끝나버렸다.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블룸은 마르크의 핸드폰에 녹음 된 내용을 듣고 그 녹음된 내용속의 여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그리고 그녀 둔야를 만나면서 남편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닌 그가 하던 수사로 인한 타살임을 믿고 분노하는데...

 

인간 모두의 내면에는 악이 존재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기재와 오랜 교육의 효과로 자제하게 되고 인내하면서 사회적 동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누군가 말을 했다.

그렇다면 내면 깊숙히 잠들어 있는 악의는 어떤 순간에 나타나는 가? 그 선택의 경계는 어디일까?

내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사회 통념상 용서받지못할 나쁜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르고 그 어떤 처벌을 받을 일도 없다면?

내재된 은밀한 욕망을 풀어 내는 사람도 있지않을까? 아마도 경계를 넘는 순간이란 이렇게 은밀하게 다가오지않을까 싶다.

이 책 장례식을 필요없다에서는 그런 경계를 넘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것 같다.

얼핏보면 평범하기 그지없거나 오히려 선한 얼굴과 호감가는 얼굴을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해 남부러울것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째서 이렇게 같은 인간에게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는지 책을 읽는 내내 줄곧 의문을 가지게 했다.

누구에게서도 도움을 받을수 없고 심지어는 그들이 죽더라도 아무도 모르게 처리할수 있는 사람들

둔야 역시 하루아침에 사라져도 누구도 찾지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들은 인간이 생각할수 있는 모든 짓을 아무런 꺼리낌없이 했고 죄책감따윈 손톱만큼도 가지지않았던것 같은데 둔야에게서 지금 유럽의 현모습을 보는것 같다.

부유한 나라로 속속들이 모여드는 가난한 나라의 힘없는 사람들...그런 사람들을 노리는 건 단지 범죄집단만이 아니라 평범한 얼굴로 내면의 악을 숨긴 채 친절을 가장한 보통의 사람들도 예외는 아님을 알수 있다.

남편을 죽인 사람들을 향한 그녀 블룸의 복수는 절절 끓는 분노가 아닌 냉정한 얼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녀의 직업과 더 매치가 잘 되는것 같고 오히려 그녀의 절망과 분노가 잘 표현된게 아닐까 생각한다.

시종일관 마치 혼자서 독백하듯 고백하듯 짧은 문장과 단어의 연결로 된 문체가 처음엔 익숙하지않았지만 점차 익숙해질수록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첫작품...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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