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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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있는 유래로 사람들이 인정하든 않든 계급은 존재해왔다.

물론 현재는 인도의 카스트제도나 유럽의 중세시대 혹은 우리나라 조선시대에서와 같은 엄격하고 신성불가침에 가까운 신분차가 존재하는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21세기의 현재 민주주의사회를 표방하고 있는 지금 바로 이순간에도 계층간 격차가 존재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예전같은 신분의 차이 보다는 현재의 우리에겐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모두가 알수는 없는...정보의 유무가 그 사람의 위치를 설명한다고 볼수 있다.

모두가 알고 싶어하지만 누구나 알수는 없는것...그래서 그걸 알고 있는 사람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란건 아마도 우리같은 사람들은 상상할수도 없는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재테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정보에 대해서 더 민감할것이다.

부동산개발정보를 남보다 먼저 알거나 혹은 특허같은 민감한 정보를 먼저 알수만 있다면 남보다 더 많은 돈을 벌수 있기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세상이다.

이 책 `로맨스 푸어`는 얼핏보면 로맨스에 관한 소설인것 같았다.

제목에서도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을뿐 아니라 작가의 전작 역시 여성들의 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다소 특이한 로맨스라고만 생각했는데 읽어보면 알수 있다.작가는 그저 로맨스를 앞세워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불공평함과 부조리에 관해 이야기하고자했음을...

 

 

5년전 갑작스런 기상변화로 더 이상 사람들은 제대로된 고기를 먹을수 없고 수상한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30대의 평범한 은행원이지만 언제 은행에서 잘릴지 모르고 애인조차 없었던 다영은 우연히 알게 된 40대의 VVIP고객 이성욱을 알게 된다.

그와의 저녁식사후 마주치게 된 낯선 남자는 피를 흘리면서 눈알이 이상하게 돌아간 남자였고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다영은 성욱을 물어뜯던 남자를 물리치게 되고 그 사건이후로 그의 호의를 입고 좀비로부터 안전해지는 백신을 맞게 된다.

그리고 그날밤 온도시가 좀비로부터 공격을 당해 아수라장이 되지만 우연히 만난 미남 우현에게 호감을 느낀 다영은 그와 함께 안전지대로 도망치던 중 모든 좀비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고 물과 전기가 있으며 심지어 먹을것조차 풍부한 아파트이자 요새같은 팰리스로 입성하게 되는데....

 

얼핏 좀비가 창궐하는 가운데 그속에서 펼쳐지는 로맨스가 주가 되는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재의 우리모습에 대한 비판을 볼수 있다.

하루하루 이상한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사람들은 좀비가 되고 좀비가 된 사람은 또다시 숙주인 인간을 공격하지만 정부는 사람들에게 이런 소식조차 전하지않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난 좀비의 공격으로 갑작스럽게 그들과 조우하는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가 그들 역시 좀비가 되는 데... 이 장면은 현재 메르스로 허둥대고 그저 숨기기 바쁜 모습과 닮아 있지않은가?

정보의 불균형은 계급의 격차를 넘어 여기에서는 목숨까지 쥐는 역활을 할 뿐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좀비의 눈알을 찾아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하는 다영이의 모습을 보면서 왜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지...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일할곳이 없는지...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씁쓸했다.

결국 우리같은 사람들은 죽어도 그만일뿐 아니라 우리를 대체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걸 깨닫게 해준다. 팰리스에 입주하기 위해 좀비를 공격하고 심지어는 같은 사람들마저 공격하도록 밑바닥에 던져놓고 자기들은 샴페인을 마시며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한구석에 몰아놓고 폭탄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특권층의 그들에게 분노를 느끼면서도 다영이 그 들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별별 노력을 하고 잔인한 짓도 서슴치않는걸 보면서 내가 이런 상황이고 내게 그들의 세계에 들어갈수 있는 길이 있다면 다영과 다른 선택을 할수 있을까? 아니라고 장담할수 없음을 마음속으론 알고 있다.결국 그들을 욕하면서도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저 밑에 숨어있음을 부정할수 없다.

그리고 문제적 인간 다현...모두가 미쳐버리고 굶주림에 눈이 뒤집힌 세상에서 유일하게 제 몸을 돌보지않고 남을 먼저 도와주는 이타적 인간형이지만 현실은 늘 이런 유형의 사람은 세상의 눈에는 낙오자로 비춰진다.그렇기에 그를 사랑하면서도 그의 손을 잡는것에 망설이고 고민하는 다영의 흔들림이 공감이 갔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런 암울한 세상에 한줄기 빛을 던져 놓으며 소설의 끝을 맺는걸 보면 그녀는 아마도 로맨티시스트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끝으로 제목이 상당히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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