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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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시대물을 읽다보면 우리에겐 익숙하지않은 단어들이 많이 나와 그 뜻이 헷갈릴때가 많다.

다이묘며 가신이란 말도 그렇고 그들이 거주하고 지배하는 곳인 번이란 말도 이해하기 쉽지않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문화나 나름의 지배체제는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데 우리에겐 그 당시 양반가의 반상의 법칙아닌 법칙같은 규율이 목숨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던것처럼 그들 역시 그들 나름의 목숨같은 규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 못할것도 아닌것 같다.

어쨋든 그들 나름의 계급이나 규율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시대물을 보면 더 더욱 그 묘미를 잘 알수 있다.

그런 의미로 볼때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인 이 책 `벚꽃,다시 벚꽃` 역시 그 들의 문화와 위계질서같은걸 알고보면 더 묘미가 있고 그 사람들의 선택이 어느정도 납득이 간다.

원제가 익히 알려진 사쿠라 호 사라라는것도 그 뜻이 이런일 저런일 온갖일이 벌어져 큰일났다라는 고슈지방의 표현을 응용한것이라는 설명도 워낙 요즘 이 책이 입소문이 나고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까지 만든 유명작품인 탓에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않은 사족이 될것 같다.


 


지방의 작은 번인 도가네 번에서 번주의 시종관이라는 보잘것 없는 직책을 맡고 있던 아비가 번 네의 상점에서 뇌물을 받은 사건으로 인해 아비는 할복을 하게 되고 후루하시라는 성으로는 더 이상 가문의 번창은 거녕 출사의 길도 막힌 쇼노스케

어차피 장남이 아니어서 가문의 뜻을 이어갈 무사의 길에 관심은 없었지만 아비가 뇌물을 받았을리 없다고 굳게 믿는 그에게 번과 막부의 교섭을 맡고 있는 높은 신분의 에도대행이 접근해와 에도로 나가 아비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게 만든 결정적 증거를 조작한 사람을 은밀하게 찾아보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찾은 에도의 도미칸 나가야에서 서책을 쓰며 남의 글씨를 본인조차 착각할 정도로 똑같이 쓰는 재주를 가진 남자를 은밀히 찾는데....


보잘것 없는 가문의 보잘것 없는 직을 가진 아비와 그런 아비보다 훨씬 더 큰 뜻을 품고 훨씬 더 나아갈수 있지만 신분의 한계를 절실히 깨닫고 절망하는 형 가쓰노스케와 그런 형의 뜻을 위해 뭐든 할수 있는 어미 리에의 노력을 그저 힘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차남 쇼노스케

소개글에 작가가 가족애를 전면에 내세우지않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이 책은 가족애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의 말처럼 가족간의 사랑이 모든것을 해결하는 만능은 아니라는 말에 적극 공감하고 그래서 그녀가 가족애를 전면에 내세우지않았다는 말에 이해가 갔다.

쇼노스케가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진 일을 제대로 밝히고자 모든일이 시작되고 그 주된 범인의 실마리를 잡고자 에도로 와 가난하지만 하루하루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살면서 이런저런일에 얽혀 소동을 해결하기도 하고 그 소동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자신도 모르는 새 자신의 전부처럼 여겨지던 번이라는 곳에서의 자신은 그저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게 되면서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진 일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일종의 성장기와도 같다.

그리고 이와 대조적 인물인 형 가쓰노스케는 다른사람들의 인정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남보다 잘난 인물이라 생각하고 그에 따른 노력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자신의 보잘것없는 가문이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족쇄라 여기는...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천의 용 같은 인물이고 그래서 자신의 뜻이 반드시 옳다는 유연하지 못한 사고를 가진 옹고집형 인물이다.그런 그의 야망에 자신의 못다한 꿈을 보태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들의 어미인 리에

야심을 위해서 못하는것이 없던 그에게 그가 틀렸다는걸 가르쳐 주는 인물이 바로 늘 자신보다 못하다 여겼던 동생 가쓰노스케라는걸 보면 그가 끝내 자신이 틀렸다는걸 인정할수 없었던것도 그의 성격상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에 끝으로 갈수록 처음의 경쾌하고 다소 유쾌하기도 했던 내용이 점점 우울해지고 쓸쓸해지는 까닭이 아니었나 싶다.

활짝 펴 그 화려한 자태를 모두에게 인정 받는 벚꽃이지만 그 벚꽃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화려함이 빛난 만큼 더더욱 쓸쓸해지고 허무함을 남기듯이 이 책 역시 왠지 다 읽고 난 후 그 뒷맛이 참으로 쓸쓸해진다.

원하는걸 얻기 위해 뭐든 다 한 남자의 못다한 꿈이 마치 떨어진 벚꽃같이 처연하게만 느껴지니...쇼노시케의 슬픔도 가쓰노스케의 뜨거운 열망도 모든것이 그저 허무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를 주제로 한 책은 제법 모았지만 이상하게 손이 안갔었는데...이 참에 한권씩 꺼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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