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의 악의

시소게임 ㅣ 작가의 발견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0월

사랑해서 혹은 사랑하진않았지만 이만하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이란걸 감행 한 평범한 사람들이 몇년간의 결혼생활로 지치고 서로에게 넌더리를 내다 새롭고 보다 더 어리고 반짝반짝하기까지한 신상품같은 새로운 연인을 만난다.

마치 운명처럼...

그리고 더더욱 싫어진 내 옆자리의 짝...어떻게 떨궈낼수 없을까?

이렇게 슬그머니 고민을 하던 즈음 옆에서 혹은 신문같은곳에서 스치듯 들려온 소리에서 번쩍 하고 영감이 떠오른 사람들

이제 지겹디 지겨운 옆자릴 완벽하게 치울수 있는 기회가 왔다.

실행만이 남은 순간 마치 누군가가 도와주듯 운도 나를 따라주는것 같은데...

사실 단편을 그다지 선호하지않는데 특히 미스터리,추리물에선 그런 경향이 더 크다.

짧은 단편에서 순식간에 뭔가 뒷통수를 치듯 아...하는 감탄사를 흘릴만큼 번뜩이는 작품이 그다지 많지않고 사건 추이를 지켜보거나 혹은 누가 범인인지 흘려놓은 단서들에서 그 범인을 유추하는 재미를 볼려면 어느 정도의 분량이 있어야하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긴호흡으로 범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장편을 선호하는데...이 작품 `시소게임`을 선택한건 오로지 우연이었다.

알고보니 이 책을 두 권 소장하고 있는데다 장편이라고만 생각하고 집어든 건데...읽다보니 단편이었다는...ㅎㅎ

그런데 첫단편 `사망진단서`부터 시선을 끄는 힘이 있었고 생각보다 흥미로운 전개에 단순에 다 읽어 내려갔다.

원래부터 건강하지 않은 체질에도 중풍으로 거동못한 채 누운 시어머니를 간병해야 하는 처지

게다가 아직 어린딸아이에게도 자신의 손이 필요한데 이번에 또 임신까지 한 상태

집안은 늘 환자냄새가 베어있고 거동을 못하지만 다른건 정정한데다 먹는 양도 엄청난 시어머니의 어머어마한 똥기저귀

집에선 웃음은 커녕 늘 어둠이 가득하다.어린 딸아이조차도..

이렇게 하루하루 힘든 상황에도 어떻게 할 바를 몰라 지쳐있는 그녀에게 은밀하지만 치명적인 유혹이 들어온다.

`환청이 들리는 아파트`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새롭게 입주한 아파트...무리를 해서 산 아파트라 대출금을 갚아나가기도 힘들고 모든걸 아끼고 아껴야 하는 상황

이런데다 윗집으로 이사해 온 사람의 끊임없는 소음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

요즘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우리사는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다.

이런 평범한 소재에 작가의 창작력을 발휘하고 어딘지 비틀어진 유머감각같은걸 발휘해 멋들어지게 만들어 내고 있다.

작품들 대부분이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소재를 가져다 쓴것도 작품의 몰입감에 영향을 준다.

권태기에 빠져 서로를 미워하는 부부이야기,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처절한 복수를 하게 되는 이야기

이렇게 살인을 꿈꾸다 작은 어떤 동기로 이를 실행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현실성이 있는데다 살인의 방법조차도 거창한 트릭이 나오거나 하지않아 어딘지 유머러스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살인사건이 벌어지지만 살인의 묘사나 그 방법에 치중한것이 아닌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경위같은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살인의 유혹을 느끼게 된 사람들조차 특별히 잔인한 성향을 가졌거나 폭력적인 사람이 아닌...그저 일상에 지치고 새로운 일탈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이 남모르게 은밀하게 살인을 꿈꾸다가 어느날 문득 누군가의 계시처럼 다가온 작은 단서로 인해 운명을 바꾸는 과정 같은걸 그려놓았는데 이게 은근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몇 작품은 살인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그려놓기도 하고 복잡한 트릭을 쓴 것도 있지만 대다수의 작품이 보통 사람들이 살인을 꿈꾸면서 한번쯤 고려해봤음 직한 방법에다 약간의 장치를 한 정도라 자못 흥미롭게 읽힌다.

일상속에 숨어있는 작은 악의같달까?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니...

아뿔사...이미 나에게도 있는 `나폴레옹 광`의 저자였다.

나폴레옹 광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