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선집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비채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악이나 영화 같은 걸 볼때면 그걸 볼 때의 내가 처한 상황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것 같다.

그래서 그 수많은 노래 가사들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것 같다는 사람이 많은건지도 모르겠지만 비단 음악과 영화 뿐 아니라 시 역시 이런 심리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는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특히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하는 중고교시절에 읽은 시가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거니와 특히 남녀간 애절한 사랑이나 이별에 관한 시를 읽을때면 가슴속에 바람이 이는 것 같기도 하고 허무함이나 쓸쓸함에 동조해 날밤을 지세우기도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짧은 시 하나 읽을 여유도 없이 보내다 늦은 밤 어디선가 책 한 귀퉁이에서 가슴에 와닿는 글을 발견할때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것처럼 아련하기도 하고 가슴에 와닿는다.

시집의 좋은 점은 그런것 같다.

몇시간씩 앉아서 정독할 필요도 없이 짜투리 시간에 손에 잡히는 데로 읽어도 혹은 옆에 두고서 생각나는대로 펼쳐 읽어도 상관없다는 점...그래서 읽기에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닐지...

아름다운 그림과 가슴에 와닿는 시로 엮은 정호승 시인의 시선집 수선화에게는 나에게 시를 다시 읽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곁에 두고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음악을 듣다가도 아무데나 펼쳐들고 어떤것에 구애됨 없이 한두편 읽어나가 되새김질 하는 여유를 줬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고 쓰인 첫구절부터 왠지 울컥하게 하는 `수선화에게`는 살아간다는게 외로움을 견디는것이라는 말로 위로를 주는것 같다.

젊었을때의 그 자신만만함과 앞을 가로 막는 것은 그 무엇도 두렵지않던 패기를 잃은 중년의 나에게 나만 힘든것이 아니라 우리모두는 다 외롭고 혼자만의 두려움이 아니라는 위로를 주고 있다.

그 어느 영원한 선로밖에서 서로 포기하지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는 `기차`에서는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라고 하는 `풍경소리`는 산사의 고즈녁한 풍경속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그 모습이 그려진다.

헤어지는 날까지 차마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는 `끝끝내`는 사랑하는것을 미루지 말고 오늘 아낌없이 사랑하고 두려움없이 사랑해서 뒤늦은 후회 따윈 남기지 말라는 충고로 들린다.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물이다라고 하는 `강물`에선 때론 삶이 흘러가는 데로 두라는 삶을 바라보는 철학이 담긴것 같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서는 상처가 있고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세상을 사랑할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것 같다.


위로가 필요할땐 애둘러서 위로를 들려주고 삶의 지침이 필요할땐 부딪치고 깨지더라도 두려워하지말고 앞으로 나아갈것을

넘어지고 아파하는 사람에겐 누구나 다 아파하고 상처를 받는다는 시로 위안을 주고 있다.

시란 어쩌면 짧게 함축된 글 속에서 많은걸 들려주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읽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 글은 위로도 되고 충고도 되기도 하는...

별다른걸 없는 짧은 글 속 한귀절이 문득문득 가슴을 치고 울컥하게도 하며 왠지 누군가 내 이야기를 대신 들려주고 있는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몇날 며칠 옆에 두고 자다 일어나 한귀절을 읽고 다른 책을 읽다 눈에 띠어 또 한 구절을 입속으로 되뇌이고...

정호승 시인의 글은 어렵지않고 쉬운 언어로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시를 그려내고 있어 마치 일상속의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그게 더 가슴에 와닿는것 같다.

거창하지도 않고 꾸밈이 없지만 그래서 왠지 위로가 되는 글..

한동안 옆에 끼고 있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