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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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뭔가를 한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가끔씩 보면 몇대를 거쳐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 사람은 자라오며 보고 듣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

내가 하는 일이 내 부모가 혹은 조부모가 하던 일이라면 그들 가족사이엔 동질감이 들까 아니면 늘 부모가 하던일을 보면서 커왔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일을 하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까?

경찰소설로 유명한 사사키 조는 이런 궁금증을 역시 그가 제일 잘 하는 소설에서 풀어내고 있다.

부모대에서가 아닌 조부모대에서 3대까지 이어온 경찰 집안

그들에겐 과연 남과 다른 경관의 피가 흐르는 걸까?

2007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빛나고 2008년 일본 모험소설 협회 대상을 수상한 사사키 조의 대표소설 경관의 피는 미스터리보다는 일본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대하드라마 같은 소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패전후 모든 사람들이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에 안조 세이지는 친척집 더부살이를 하던 중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고 안정된 직장이 필요하던 차 경관을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박봉에도 불구하고 경관이 된다.

그가 맡은 구역에서 자신도 안면이 있던 남창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몇년후 어린 철도원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안조는 두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조사를 하던 중 두 사건의 연관성을 깨닫게 되지만 자신이 주재하던 주재소와 인접한 문화재의 화재사건이 있던 날 철도 육교위에서 떨어져 죽는 불명예 죽음을 맞게 된다.

그의 아들인 다미오 역시 아버지와 같은 경관의 길을 걷게 되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혼자서 조사를 하던 중 그 역시 업무중 순직하게 되고 다마오의 아들이자 안조의 손자인 가즈야 역시 경관이 되면서 3대를 이어 경관의 길을 걷게 되는데...


전후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그 시대에 처자식을 먹여 살리겠다는 일념을 가진 강직한 남자 안조는 자신의 성격에도 맞고 안정된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그 당시 사람들로부터 대접도 못받을 뿐 아니라 박봉이기도 했던 경관이 되고 그의 이런 선택은 자식에 이어 손자에게 그 직업을 물려주는 계기가 된다.

일단 안조는 성품이 강직하고 주변을 보는 눈이 날카로운데다 의문이 생기면 끈질기게 그 의문을 캘 정도의 인내심을 가진 남자라 경찰이 어울렸지만 갑작스럽고도 불명예스런 죽음으로 인해 비록 그 자식들과 아내는 고난의 길을 걷게 하지만 그를 보고 자란 아들인 다미오가 경관의 길을 걷게 할 정도로 아버지로서도 경찰로서도 인상적인 삶을 산 인물이다.

그의 아들 다미오는 자신도 아버지와 같은 주재경관의 길을 걷고자하나 똑똑한 그의 머리는 오히려 그에게 자신이 원하는 길이 아닌 경찰 조직이 원하는 공안부의 일을 하게 되고 이일이 결국 그를 좀먹는 결과를 얻게 되면서 자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아버지처럼 스스로 원하던 일이 아닌 그가 속한 조직이 원하는 일을 해야만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중간에 끼인자의 불운을 겪은 이가 바로 다미오이고 그의 성격 역시 안조와 아들 가즈야에 비해 우유부단한것 같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경관이 된 가즈야는 안조의 끈질긴 성격에 다미오의 영리한 머리를 닮아 할아버지와 같은 끈기로 사건을 쫏고 아버지의 머리를 닮아 선택의 기로에서 그들과는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그가 가진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경관은 흑과 백 어느쪽도 아닌 경계위에 있다라는 그의 견해는 어찌보면 분명한 흰색을 띠고 있던 할아버지와 늘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못해 흔들렸던 회색의 다미오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적당히 세상과 타협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후 혼란을 틈 타 살인을 저지르고도 무사히 살아오던 범인과 그 범인을 쫏다 마침내 손자에 이르러서 그 결말을 보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범죄를 보는 시각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고 그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이란 조직이라는 큰 범위안에서 얼마나 쉽게 무시되고 가볍게 처리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적당히 그런 조직의 힘을 이용하면서 적당히 정의로운 가즈야가 맘에 든다.

같은 길을 선택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삼 대의 이야기

한편의 대하소설을 본듯한 느낌이 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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