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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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유명한 사람의 작품은 이상하게도 친근감이 느껴지고 읽지않고서도 마치 읽은듯이 느껴질때가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듣기도 하고 그 중 유명한 대목이나 구절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해서 마치 그 작품을 안읽고도 그 작품에 대해 아는듯이 사람들은 착각을 하게 되는데...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이 그러하다.

`노인과 바다`라는 걸출한 작품도 워낙 유명세를 떨치기도 하거니와 사실상 큰 줄거리라 할만한게 없는 관계로 다 들 아는듯이 말하지만 나 역시 이 작품은 작년에야 비로소 오롯이 읽어봤을 정도

또한 워낙에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유명한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져 굳이 딱딱한 책을 통해서가 아닌 영화로 그의 작품을 접한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한다.나 역시도 그러하고..

그래서 그의 문체가 어떠한지..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느낌을 들게 하는지에 대해선 책을 읽어보지않고서는 알수가 없는 부분인데..이 책 `가진자와 못가진자`는 그의 작품중 그다지 유명세를 타지않아서인지 나에게도 생소한 작품이었고 작년에 읽은 `노인과 바다`와는 비슷한듯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바나의 바다를 왔다갔다하며 여유로운 부잣집 사람들에게 낚시배와 낚시 장비를 빌려주며 부자는 아니지만 여유롭게 살던 나..해리에게 문제가 생긴건 그 부잣집 남자가 한달간 대여했넌 낚시배의 대여비와 부주의한 그의 탓으로 날린 비싼 낚시대와 장비의 값을 치르지 않은채 미국으로 도망가버리면서였다.

딸아이들과 아내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그는 이제껏 어부로서의 삶으로도 그들을 부양할수 있었지만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수중에는 돈 한푼 없어 싫지만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중국인들을 그의 배로 실어나르고 밀주를 운반하는등 불법적인 일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살인도 하게 되고 그의 소중한 한쪽 팔마저 자신과 상관없는 쿠바인들의 총질에 희생되지만 가장의 책임을 다해야하기에 우는 소리조차할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맡은 일은 왠지 하기 싫지만 그에게 더 이상 불법적인 일은 선택할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에 불길함을 떨치고 만반의 준비를 한 채 기다리는데...

 

밀주법이 막 폐지되고 미국과 쿠바와의 관계가 악화일로의 길을 걷는 즈음이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불법임을 알면서도 돈이된다는 이유로 혹은 당시 쿠바를 향하는 모든 재정적 지원을 끊은 관계로 쿠바로 향하는 모든 물자는 이렇게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할수 밖에 없기에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밀항을 하거나 그 어떤것을 운반하는 일을 하게되는데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탄탄하게 걷던 어부인 해리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불법적인 일에 발을 딛게 되는 과정이 여기에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주인공인 나..해리는 담대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강하게 느끼는 마초같은 남자이기에 생계수단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상황에서도 빠른 선택과 결정을 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모습은 전형적인 나쁜 남자의 핑계같지만 아내이자 아이들에겐 믿음직하고 의지가 되는 가장으로서의 모습으로 부각된다.

꺼림찍하고 위험한줄 알면서도 그 일을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의 해리의 모습과 그가 그렇게 묵숨까지 담보로 하고서 받는 돈을 하룻밤의 도박으로 날려버리면서 흥청망청하고 고민이라곤 남편 혹은 아내의 불륜밖에 없는 가진자들의 생활의 대비는 그 차이가 극명하기에 더욱 부각되는듯하고 이런 차이가 헤밍웨이 특유의 짧은 설명과 간결한 문체가 어우러져 왠지 블랙코메디를 보는듯하다.많은 수식어와 설명없이 짧은 대화를 통해 그 시대 극심한 빈곤의 차를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데 묘하게 매력적이다.

덤덤하게 그려지는 상황설명으로 긴박하고 누군가에겐 간절한 혁명정신이 밥벌이를 해야만 하는 가장의 삶에 비춰보면 배부른 자의 우스운 농담같기도 하고...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혁명가들의 빈약한 논리는 위선처럼 느껴진다.또한 당시의 어려운 경제상황에 맞물려 가장들의 힘든 삶이 해리의 고민을 통해 더욱 외롭고 애처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강한듯 보이는 남자들의 하드보일드한 세계를 그리는 헤밍웨이...그는 남자들의 삶을 애처럽고 불쌍하게 보는듯한 연민의 정이 있는것 같다.간절한 자와 권태로운 자,부자와 가난한 자...그리고 가진자와 못가진자..얼핏보면 대비되는듯 하지만 모두가 우울하고 왠지 쫏기는 듯한 절박함이 느껴지는건 시대적 상황의 반영일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인상적으로 읽은 책...앞으로 좀 더 다양한 헤밍웨이의 책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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