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황비 세트 - 전3권 경세황비
오정옥 지음, 문은주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어릴때 조선왕조 실록이나 역사소설같은걸 읽으면서 느낀점은 왜 이렇게 궁중의 여자들은 서로를 그렇게나 미워하고 죽이지 못해 안달일까? 였다.

아무래도 그 때의 난..어린 나이엿기에 그렇게 큰 궁궐안에서 의지할곳 하나 없던 여인네들이 단 한사람 군왕의 사랑을 두고 서로 반목하고 원수같이 여길수 밖에 없었던 남녀간의 사정에 대해선 몰랐던 때문이 아닐까싶다.

단순하게 밖에서 볼때의 그녀들은 온갖 호화로운 장식에 패물을 하고 힘든일 따위 하지않으면서 그저 곱게 분단장하고 왕의 사랑을 받을 노력만 하면 되는 꽃같은 존재같지만...

그네들도 결국은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왕위를 잇는 후손을 낳지 못하면 결국 개죽음을 당할수 밖에 없는 바람앞의 등불과도 같은 신세였기에 목숨을 걸고 왕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거나 자신의 세력을 모을수 밖에 없는 처지였음을..이제는 알것 같다

자신의 정당성을 뒷바침해줄 왕손을 낳아 그 아이로 하여금 보위를 잇게 하는것만이 잔인한 궁궐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기에 조금의 인정도 보여줄수 없을만큼 라이벌에겐 잔혹하게 대할수 밖에 없었으리라는걸 이해한다

이 책 `경세황비`는 그런 잔혹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궁에서 살아남아야했던 외롭고도 슬픈 복아 공주의 이야기이다.

엄청나고 방대한 분량에다 궁에서 벌어지는 치열하고 잔인한 암투와 음모...여기에 사랑과 배신 그리고 복수를 그려낸 `경세황비`를 쓴 그녀의 나이가 겨우 20대라는 건..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기나라 하나라 변나라 삼국이 대립하던 시기에 하나라의 공주 복아는 둘째 숙부의 반란으로 눈앞에서 부모를 잃고 단숨에 쫏기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그 남자 납란 기우를 만나 두사람은 모종의 계약을 맺게 되고 얼마후 그녀는 반옥이라는 이름으로 황태자비및 제후비를 뽑는 기나라의 간택장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지만 처음의 계획과 달리 납란기우는 모든 계획을 포기한다 이른다.

납란기우는 기나라 황제의 7번째 아들로 황태자를 폐위하고 다음의 보위를 잇기 위해 그녀 복아가 필요했던것이지만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마음에 품고 그녀가 아비의 후궁이 되는것을 막음으로써 자신의 계획을 틀어버린것

그가 부를때까지 성밖에서 기다리기로 한 그때 그녀는 누군가의 납치로 변나라로 가 그곳에서 원래의 정혼자인 변나라 승상 연성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의 한결같은 사랑에도 불구하고 기우를 사랑하게 된 그녀는 그의 사랑을 모른척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을 질투한 부인 영수의에 의해 얼굴이 잔인하게 난도질 당한채 죽을뻔한 위기를 겪은 그녀 복아는 천하 제일의 신의에 의해 새로운 얼굴로 태어나 다시한번 기나라궁으로 향하지만 어느새 기우는 황제가 되어있고 그의 주위엔 수많은 후궁과 부인들이 있으며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못함에 절망하게 된다.

결국 그의 형님인 기성의 도움으로 그녀를 알아본 기우..그녀를 후궁에 올리지만 그때부터 궁에서의 모든것이 조심스럽고 그 누구도 믿을수 없을뿐만 아니라 그렇게나 믿엇던 그녀의 남자 기우조차 그녀를 이용하여 자신의 왕위를 지키고자한다는것에 깊이 절망한 그녀는 결국 연성이 왕좌에 올라 욱나라라 칭한 그곳으로 달아나게 된다.

그렇지만 그녀의 삶은 그곳에서도 평안하지않은데..

 

한나라의 공주로 태어난 눈앞에서 혈육에 의해 부모가 살해되었고 또한 그녀조차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던 복아는 타고난 미색과 기품 그리고 영민함을 갖춘 ..황후로서의 재목이었으나 그녀의 삶은 평탄치않다.

사랑을 믿었으나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배신당했으며 은혜를 베풀었지만 돌아온건 차디찬 배신뿐..그녀가 살던 그곳 궁에서는 그 누구도 비록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라할지라도 절대로 믿어서도 자신의 본심을 비춰서도 안되는 잔인하고 외로운곳이었기에 마음이 여리고 맑은 그녀는 버티지못하고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해한만큼 그녀에게도 해가 되어 돌아온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여 목숨마저 버리는 연성을 외면하고 택한 그녀의 사랑 기우는 자신의 부모도 죽이고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위해 누구보다 비정하며 사랑하는 사람조차도 거침없이 이용하는 잔인하고 무정한 사람이었음을 깨달아가는 복아의 슬픔은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것 같았다.

아무리 권력은 비정하다 하였지만 세상천지 그 누구도 믿을수 없고 심지어 자신의 핏줄은 끝임없이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상황을 살아간다면..정상적인 시선으로 타인을 보는건 힘들것 같기에 그런 환경에서 살아온 기우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그럼에도 사랑하는 여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외면함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지키지 못한 기우는 못난 사내가 아닌가 싶다.솔직하 그녀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의 마음을 알렸다면 그녀와 그는 그렇게 멀고도 험한 길을 돌아오지 않았도 됐을텐데..예나 지금이나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는 변함이 없는것 같다..

궁궐안에서 벌어지는 잔인하고 치열한 암투와 음모 ...그리고 얽히고설힌 각각의 인물들..여기에 복수라는 아주 오래된 가장 원초적인 감정까지...

공주로 태어나 여러남자의 사랑을 받았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먼 고단한 삶을 살아온 복아의 처지가 참으로 가슴아프다.

그리고 뒤늦게 행복이란 별것 아님을...그렇게나 지키고자 했던 왕위의 자리가 결국 자신을 외롭게 하고 고독하게 하는 보잘것 없는 자리였음을 깨닫는 기우의 후회가 참으로 가슴아프다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와 인물간의 갈등..그리고 음모와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려낸 `경세 황비`..왜 이렇게 많은 찬사를 받고 인기를 끌었는지 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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