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보랏빛소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날 눈을 떠보니 내 옆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있다..잔인하게 난자당한채...

그리고 그 피웅덩이 속에 내가 덩그러니 누워있었는데 기억이 없다...어찌된일인지 왜 이런건지..

모든 정황상 그리고 물증으로 내가 범인임이 분명하고 사람들 역시 내가 범인이라고 하지만..난 도대체가 기억이없다.

그래서 더 미칠지경이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것보다 그리고 그 대상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것보다 더 나를 미치게 하는것은 그날밤의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

그런 나의 말은 아무런 증거 능력도 없고 당연하게도 나는 갇히게 된다.

끊겨버린 그날 밤의 기억속에는 도대체 어떤 진실이 숨어있을까?

이 책 `타인은 지옥이다 `는 이런 설정으로 시작한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아니 꼭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런 시작은 반드시 뭔가 또다른 진실이 있을것이라고 의심을 하게 되고 그렇기에 언제쯤이면 사건속의 진실이 드러날지...어떤모습으로 나타날지가 오히려 더 기대를 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런 의심은 오히려 책읽는 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소설속에서 잔혹할 정도로 무서운 공격성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마리의 병은 우리에게 그다지 잘 알려지지않았던 병이라서 정말로 이런 증세를 보인다면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게 무척 힘든 일일것 같다

누군가를 보면서 늘 자신이 그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산다면 거기다 그 대상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그리고 그런 머릿속의 상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생각만 해도 끔직하리라 그냥 짐작만 할뿐이다

그렇기에 마리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인 파트릭의 살해혐의를 받고 정신병동에 수감되기까지 그녀의 저항다운 저항이 없었다는 점이 설득력을 얻는다.사랑하는 모든걸 잃었던 마리가 자포자기 하는 심정이었다는것도 이해가 되고..

책 중간까지 그녀가 왜 이런 공격적 강박장애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녀의 행복했던 보금자리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하는 순간을 그녀의 입을 통해 상담이라는 형식으로 구술하면서 점차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인데 조금 진도가 더 빨랐더라면 어땠을까? 속도가 느린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드디어 밝혀지는 그날밤의 진실부분에선 작가가 나름의 반전을 노리고 여러가지 장치를 했지만 그 장치가 정교하지않아서 미리부터 간파되어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전남편인 크리스토퍼의 활약은 싱거울 정도로 특별한 노력없이 이 모든걸 밝혀냈다는 점이 왠지 맥빠지게 하는 부분으로 남는다.

그렇게 쉽게 파악이 될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등장인물이 한정되어있는데다 마리가 범인이 아니라면 용의자는 너무나 뻔해서 누구라도 범인을 눈치챌수 있도록 너무 단조로운 설정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가 없었나 하면 또 그렇지는 않은데..

마리가 피웅덩이 속에서 눈을 뜨고 느꼇을  혼란스러움이나 두려움부터 시작하여 검거되는 과정이라든가 아니면 용의자로 몰려서 공포를 느끼는 내면의 심리 같은 부분을 좀 더 보충해서 넣었더라면...어땠을까?

이 작품이 그녀가 미스터리 작가로 변신한 후 쓴 두번째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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