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상처를 보듬다

목신의 오후 2 - 완결
이수림 지음 / 청어람 / 2008년 11월

늘 상처를 가장 많이 주는건 가까이에 있는 가족인 경우가 많다.

사랑하기때문에 ..널 사랑해서...네가 걱정되서...말로는 이런 핑계를 대지만 결국에는 사랑을 핑계로 상대방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기위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이라고 다 사랑해야한다는것도 어폐가 있는말이 아닌가 싶다.

서로를 사랑한다면 지나친 간섭을 할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켜볼줄도 알아야하고 또한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 예의를 지켜야하는게 아닐까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가족들의 하는 말이나 행동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 많은걸 보면 이런 기본적인게 잘 지켜지지않는다는 반증이 아닐까..?

로맨스 장르에서도 한사람에게 가족 전체가 짐이 되거나 한사람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무경우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이런 내용이 너무 짜증 나면서도 솔직히 몰입도가 좋은것도 사실이기에 이런 내용이 많이 나오는것 같다.

이 책 목신의 오후도 가족에게 상처를 많이 받은 두 남녀의 이야기이기에 읽으면서 화도 나고 가슴도 답답했다

수아와 이한은 집안끼리 사업적 파트너로 정략결혼을 한 상태지만 어른들 몰래 둘만의 계약아닌 계약으로 서로에게 간섭도 않고 부부로서의 의무따윈 신경쓸 필요가 없는 편리한 상태..하지만 사업적으로 큰 이득을 취한 이한과 달리 수아에게는 별 이득도 없이 족쇄와도 같다.서로를 무시하며 각자 다른 나라에서 살던 수아와 이한이 드디어 만나게 되면서 이한은 작고 여린 수아에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그리고 그녀를 향한 그녀의 조부의 이해할지 못할 집착과 광기는 이한으로 하여금 그녀를 돌아볼 계기가 되고 수아 역시 당당한 사업가로 남들이 두려워하는 이한이지만 창녀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남들 앞에서 실수를 절대로 하지않기 위해 항상 긴장하는 이한을 가엽게 여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둘은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둘의 결혼생활은 새로운 전개를 시작하는데...

제일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말못할 고통과 상처를 받은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과도 비슷한 부분을 보게 되고 연민을 느끼게 되면서 애틋한 감정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으로 부터 받은 상처이기에 대놓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도 못하는 처지인데다 평범한 집안이 아닌 상류층의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감내해야하는 상처는 깊은데 보통의 경우에는 한 사람이 이런 상처를 안고 있으면 상대방은 보통 터무니없이 긍정적이거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 사랑이 충만한 타입과 연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에서는 이런 공식을 살짝 벗어났다.

게다가 두 사람의 조부와 조모는 모두 주인공의 어머니에게 말도 못할 악행을 저지르고 손자 손녀를 데려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노력에는 당연히 훈육을 핑계로 매를 드는것 역시 포함된다.여기에 회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이 정해놓은 사람과의 정략결혼까지..그야말로 악행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수 있을듯..

그렇기에 각자가 폭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고 무덤덤하던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계기가 되는게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읽는 독자의 입장에선 특히 수아의 할아버지 진하군의 악행은 읽기가 괴로울 정도였다.

또 처음의 스마트하고 냉철하던 남주인공의 변화가 좀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질기디 질긴 미련의 끈을 못놓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음에도 남주인공으로서 매력은 빛을 발하고 있고 두사람이 상처를 서로 어루만져가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 역시 보기 좋았고 가독성 또한 좋은 책이었다.

역시 이렇게 덥고 끈적거리는 여름엔 추리소설 아니면 이렇게 달달한 로맨스를 읽는게 최고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