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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소피 옥사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핀란드 작가가 그려내고 호평을 받으며 영화화된 이 소설 `추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가 배경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름도 익숙하지않은 북유럽국가인 에스토니아를 배경으로 독일의 나치즘과 파시스트들이 공존하던 우리 현대의 역사를 한집안의 여자들의 삶을 관통해내며 그려내고 있기에 읽기가 수월한 책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는 유럽의 역사를 좀 더 알면 소설의 재미가 더해질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와 인접해 있는 나라며 수도는 탈린이라고 하는데..책속에 이 수도 탈린이라는곳이 자주 오르내린다.
인접한 국가인 지금의 러시아 즉 소련의 오랜 통치를 받게 되고 그 이전엔 잠시 독일의 점령하에 있었던 나라..강대국들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았다는 점에서 왠지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은 에스토니아 공화국이지만 예전은 에스토니아소비에트 연방공화국으로 불리던 나라..그리고 그런 시대를 살았던 여자들의 이야이다.
알리데가 혼자서 기거하는 농장에 낯선 소녀가 찾아온다.아니 찾아왔다기 보다는 발견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은데 그녀는 온몸에 흙이 묻은채 서방세계의 고급옷을 입고 찢겨진 스타킹에 맨발의 상태로 알리데의 농장으로 숨어들어온것..
그런 그녀의 이름은 자라..그녀의 말대로 하자면 그녀는 결혼했고 여행중에 남편의 폭력에 놀라 달아나는중이라고 하지만 알리데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걸 눈치채면서 두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돈다.
그녀 자라는 자신이 우연히 숨어든곳이 마침 자신이 찾아다니던 알리데의 농장인걸 알고 그녀에게 여러가지 물어볼것이 많지만 서로 탐색만 하는 가운데 자라는 마침내 그녀에게 한 장의 사진을 내밀지만 그녀 알리데는 사진속의 인물을 부정하고...누군가가 그녀 자라를 찾아오는데...
알리데와 자라 두사람의 이야기이지만 대부분은 알리데가 주가 되어 그 시절에 무슨일이 있었는지를 더듬어 볼수 있다.
강대국 옆에 있는 힘없는 나라 그리고 그런 나라에 태어났다는것 만으로도 힘든 세상인데 더구나 여자로 태어난 알리데와 잉겔자매는 부침이 있는 나라의 형편에 따라 둘 사이가 극명하게 갈려진다.
오랫세월 소련의 통치를 받다가 몇년간 독일의 점령하에 있던 조국 에스토니아 그리고 그런 독일의 나치즘에 동조하는 많은 젊은이들 속에 두 사람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한스라는 남자가 조국의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택한 나치즘은 그에겐 동앗줄과 같았지만 결과는 모두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선 우리나라가 해방 후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정치이념이 서로 대립하고 혼돈을 겪으며 끝내는 전쟁이라는 공멸의 길을 가게 되는 모습과 비슷해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부분이다.
그런 한스의 선택과는 별개로 조국의 혼돈스런 정치적인 상황을 약삭빠르게 자신을 위해 이용한 알리데의 선택은 그녀의 바램과는 다르게 걷잡을수 없이 흘러 결국에는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그리고 그런 결과로 결국엔 늘 불안에 쫒기고 가족을 부정하기에 이르는 알리데의 선택의 밑바탕에는 남들이 이해할수 없는 미칠것 같은 사랑이 바탕에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강대국에 치여 바람앞의 등불같은 조국에서 태어나 부침을 겪은 젊은이들의 이야기...모든것이 끝난것 같은 결말에 숨겨둔 작은 반전까지...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