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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랑 ㅣ 세계문학의 숲 32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평점 :
어릴때의 나같으면 책속의 이런 사랑을 보면 미쳤다,혹은 이런건 사랑이 아니라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나에겐 정상적인 혹은 내 기준으로 봐서 보편타당하고 용인될수 있는것만 옳다고 생각하는 좁은 소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내 소견이 틀리수도 있다는건 생각조차 않았던 오만함이 있었다면 이제 어느 정도 나이도 먹고 세월의 때를 입다보니 세상에는 다른사람눈에는 이상하고 심지어 불결하게 보일수 있더라도 그들에겐 분명 사랑이라는것이 존재한다는걸 알게 되고 어느정도는 이해를 하게 되었다.뭐 그렇다고 모든 사랑이 다 이해되고 용서되는건 아니지만..
이 책을 쓴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이력도 상당히 이채롭다.
젊은 나이에 등단을 해서 주변에서 천재라는 칭송을 받았을뿐만 아니라 그 당시 아니 지금 들어도 상당히 파격적인 아내를 양도한다는 신문광고를 내는 튀는행보를 해서 주변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전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책의 주인공인 조지라는 인물에서 작가 그 자신의 성적 취향이 묻어나기도 하는데..이를테면 발에 대한 패티시즘이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마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듯 하다
조지는 시골의 제법 잘 사는 집의 장남으로 태어나 동경으로 올라와 그 당시의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직장을 다니는 이른바 건실한 청년이지만 겉모습의 건실하고 수줍음 많은 것과 달리 속으로는 상당히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성적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그런 그의 눈에 15살의 카페 여급인 나오미가 눈에 들어오고 그녀의 약간 이국적인 모습과 어딘지 어두운 듯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그녀를 데려다 자신이 가르치고 이른바 결혼생활을 하되 남들에겐 그 사실을 알리지않기로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 나오미를 자신의 취향대로 하나하나 가르쳐가며 귀여워해주는 가운데 점점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어느새 그녀에게 속절없이 빠져들고만 조지에 반해 어느새 숙녀처럼 성장한 나오미는 조지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버릇을 들여서 그만 자기멋대로이자 고집쟁이가 되고만다.게다가 속물같은 조지를 어느새 경멸하며 마음대로 조정하기에 이르고 자신또래와의 염문에 추문까지...이제 그런 나오미를 제어할수 있는 사람은 없게 되는데..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일본에 서양문물이 유행하고 그들을 엄청 동경하던 시기여서인지 소설속 주인공의 점잖은 외모에 비해 속으로는 허영에 가득하고 남들 눈을 심히 의식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치 그 당시의 도코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하지않을까 생각한다.자신들보다 앞선 나라인 특히 미국에 대한 동경은 그들의 유행을 무조건 쫒는형태로 나타나 우리의 개화기에 신여성,모던보이가 나타난것처럼 당시 일본에는 하이칼라라는 말이 유행하고 어느새 동경하는 존재로 부상하고 그런형태를 작가는 고발하며 비웃는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 분위기에다 성에 있어서도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당시 사람들에 비해 조지와 나오미가 벌이는 상당히 파격적이고 병적인 형태의 모습은 당시 얼마나 사람들에게 쇼킹하게 다가갔을지 짐작할수 있다.그래서 더욱 이 책이 인기를 끈 요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책속 주인공인 조지와 나오미가 벌이는 형태는 일반적인 사랑의 형태가 아닌 종속적이고 사디즘과 마조히스트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일반적인 잣대로 본다면 그들의 사랑 그중에서도 특히 조지의 사랑이 이해되긴 힘들지만 구구절절 마치 조지의 고백의 형태를 띤 소설의 내용은 자신조차도 이제 어쩔수 없는 늪에 빠진 사람의 심경이 잘 묘사되어있어 그의 사랑을 이해하는것과 별도로 그의 심정은 잘 알수있었다.
게다가 당시의 동경의 분위기를 잘 알수있었는데..댄스홀이라든가 유행하는 스타일..그리고 미군을 바라보는 당시 사람들의 시선등을 나오미와 조지의 대화를 통해서도 잘 알수있었다.
주인공의 이름조차 마치 외국인같이 조지와 나오미라고 작명한 작가의 의도도 자신보다 앞선 나라인 미국에 대해 속물처럼 무작정 동경하는 조지와 나오미의 내면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도록 한 장치인것 같다.게다가 이렇게 미국을 동경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시골출신에다 지극히 못생기고 초라한 전혀 그럴것 같지않은 조지라는 인물을 내세워 당시의 사람들을 비웃는것 같이 느껴진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인물을 내세웠는지 모르겠지만 조지라는 인물이 마치 당시의 일본을 연상케되는건 나만의 생각일까?
나오미라는 제멋대로에 버릇도 없는 교활한 인물에 휘둘리는 조지는 마치 미국에 조롱당하는 일본을 연상케한다.
욕하면서...자신을 스스로 타이르면서도 어쩔수 없이 빠져드는 조지라는 인물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