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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담
누쿠이 도쿠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난 책을 선택하고 읽는 데 있어서 대체로 호불호가 분명한 편에 속한다.
그렇다고 이렇게 써놓으니 뭔가 거창한듯 하지만 그렇다기보다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잔혹한 범죄 그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는 그 범죄를 저지르게 된 범인의 심리나 그 범죄자를 쫒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나간 책을 좋아하고 로맨스 역시 뭐든 확실하고 명확하게 자기주장을 펴는 여주인공이 좋고 지리멸렬하거나 분명하지않고 최루성 눈물샘을 자극하는 류의 신파는 안좋아한다.
이렇듯 호불호가 나름의 기준으로 분명한 나에게 이 남자 `누쿠이 도코로`는 사화피 소설 그중에서도 분명 가해자임에도 왜 이러 범죄를 저지를수 밖에 없는지 그 과정을 묘사함에 있어 자신도 모르는 새 그 가해자의 심정에 동조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그래서 피해자에서 어느새 가해자가 된 그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책을 주로 써온 작가이기에 그런 그가 범죄소설이 아닌 연애소설을 썼다는것에 흥미를 느낌과 동시에 조금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전혀 다른 두 장르를 넘다들면서 책을 쓴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자신이 잘하는 장르에 집중하는것이 두마리 토끼를 좆다 둘 다 놓치는 우를 범하는것부다 낫다고 생각하기에 나도 모르는 새 우려를 표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데 있어서 가독성이 좋다는 것도 무시하지못하는 장점인데 이 책 `신월담`은 그 점에 있어서 확실히 보장을 한다.
600페이지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긴호흡으로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
게다가 연애소설임에도 러브씬이나 애정씬이 거의 없다시피한 이책은 이 많은 페이지를 도대체 무슨수로 메울까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였는데 그건 확실히 괜한 우려였다.
솔직히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않을것이다.
연애라는게 다 거기서 거기이고 특별히 이 책의 주인공처럼 불륜에 빠져서 주변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야기라면 주변에 널렸으니까..
자신들에겐 특별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듯한 사랑도 타인의 눈으로 보면 그저 또 하나의 커플이야기일뿐이기에... 이런 진부함을 넘어서서 그 이야기에 설레기도 하고 빠져들게도 하는것은 오로지 작가의 역량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이 책의 작가 누쿠이 도코로는 여느 남자와 달리 여성의 심리를 다른 사람들과 달리 깊이있게 이해하고 심도있게 파악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주인공이자 평범한 여성 가즈코가 도대체 왜 부모의 반대를 무릎쓰고 자신의 얼굴 전체를 바꾸고 자신의 이름조차 버리는 행동을 하는지 그 내면의 컴플렉스에 대한 묘사는 모든것을 외모로 평가하는 이 사회에 마치 작가 자신이 여자로서 받아야햇던 부당함과 불평등을 직접 당해보기라도 한것처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렇듯 연애소설에도 사회의 부조리한 면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을 넣은것이 그 답다는 생각을 한다.
이책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말하자면...
연애소설임에도 연애소설이라고 단정짓기엔 주인공이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고뇌와 반성 그리고 깊은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연애소설같지않고 아니라고 하기엔 그녀와 단 하나의 사랑인 기노우치와의 사랑은 통속적인 의미에서의 연애를 하고 있고 그런 그들의 이야기이기에 아니라고 할수도 없으니..고민이다.
한사람을 만남으로서 그 사람의 운명이 바뀌고 모든것을 던져서라도 그 사랑을 낚아채고자 하는 열정이나 박력이 보이는것도 아닌..
애매하기 그지없지만...그렇기에 오히려 더 그녀의 심정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솔직하게 연애소설로만 이 책을 읽고자 한다면 그다지 좋은 점수룰 주지못할것 같다.
그럼에도 가즈토의 내면에서 서서히 변화되는 심리의 묘사... 뜨거운 갈망과 질투에서 서서히 가즈아키를 소유하는것이 아닌 진정한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이 어느정도 납득이 간다.그리고 그 모든열정이 결국 그녀를 작가로의 길로 가는 힘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만...
왠지 너무 쓸쓸하고 허무한듯한 사랑의 이야기라 읽고 난 후 온몸에 힘이 빠지게 한다.
나이든 내가 읽어도 그녀의 마음이 다 이해가 되지않는데 젊은 사람의 시선으로 보기엔 가즈코의 사랑은 너무 답답하지않을까 생각한다.
역시 이런 사랑을 이해할려면 어느 정도의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하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