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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 - 개정판 ㅣ 에디션 D(desire) 1
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아주 충격적인 영상과 파격적인 주제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가 바로 `데미지`였다.
난 원래가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역활을 했던 제레미 아이언스의 팬이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봤지만
역시 다분히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왜 영화가 논란이 된건지 십분 이해가 갔을만큼 기억에 오래 남은 영화였다.
아무리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애정에 있어선 우리의 잣대보다 좀 더 관대한 유럽이지만 그럼에도 아들의 연인과의 불륜이라는 설정은 유럽에서도 충분히 논란이 되었을 정도였으니 우리나라에선 어땟는지 충분히 짐작할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인상적이엇던 영화의 원작을 드디어 읽게 되었는데..예전에 본 영상과 오버랩이 되어서 읽는 느낌이 색다르고 좀 더 손에 잡힐듯한 느낌이었다
강인한 정신력과 추진력을 가진 아버지밑에서 자라 부유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왔던 그는 모든것이 권태롭다.
의사로서도 그리고 연이어 장인의 권유로 들어간 정치권에서도 그의 입지는 탄탄하고 우아하고 고상한 와이프와 멋진 아들과 딸을 둔 가장으로서 인생의 대부분을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삶을 살아왔지만 자신에게는 늘 열정이 부족하고 무언가가 빠져있음을 자각하던 그에게 그녀 안나와의 만남은 번개를 맞은듯 불현듯 다가와서 결국은 파국으로 끝날것을 예감하면서도 그로선 어찌해볼 방법이 없을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그녀에게 빠져들도록 만드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들 마틴이 그녀에게 빠져있음을 알고 그런 안나를 아내가 싫어함을 알고 그녀가 자신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갈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녀가 없는 삶은 생각조차 할수없고 마틴이 그녀와 함께있는 순간을 생각하면 질투로 피가 끓어오르는 상태가 된다.자신에게 있는줄도 몰랐던 감정의 표출은 결국 예상했던대로 파국으로 치닫는데...
50을 바라보는 남자의 지루하리만치 평탄했던 삶을 송두리째 바꾼 여자가 하필이면 아들의 연인이었고 그럼에도 늦게 찾아온 운명같은 그 감정은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가면서 상처를 주지만 브레이크를 걸수없는 남자의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가 젊었을때보다 더 실감나게 와닿는다.그런 그를 100% 이해할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늘 부족하고 빠져있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이제는 자신에게 찾아오리라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느닷없이 찾아와서 파멸의 길을 걸을것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속절없이 빠져들고 어쩌면 오히려 그런 파국을 기다리는것 같은 남자의 심정은 어떤건지..
모두를 불행에 빠지게 하고 특히 자신의 아들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을 알면서도 그로서도 어찌해볼 방법이 없을 정도로 안나의 매력에 빠져드는 그를 보면서 그가 바란것은 어쩌면 자신에게 상처를 입혀서 자신도 다른사람과 같은 사람임을 자각하고 싶었던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주인공인 그는 늘 자신에게 뭔가가 빠져있다는걸 자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 안나 역시 뭔가 빠져있는 사람이기에 자신과도 같은 부류임을 한눈에 간파하고 동질감을 느낀것이 아닐지..
안나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어가는 그를 보면서 항상 관찰자와 같이 삶을 한발작 물러서서 관조하던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에게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 안나와의 만남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타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녀와의 만남은 악연이지만 그에게 안나는 운명의 여인인것 같으니..남들은 이해하기 힘든것이 남녀간의 애정이라해도 지독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세월이 흘러 마침내 조우하게 된 그와 안나..안나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서야 마침내 끝났음을 인정하는 그의 목소리는 그래서 더욱 쓸쓸하면서도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