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8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남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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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문신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질않다.

그나마 젊은층을 중심으로 `타투`라는 게 유행해서 자기몸을 컨버스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 조금 인식에 변화를 주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다지 크지않은 범위에서나 몸의 일부에 국한되어 있을때의 이야기에 한해서이다.

모든것이 개방되고 문신 또한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에도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온몸에 엄청난 문신으로 뒤덮는 것은 힘든데 이책의 시대적 배경이 50년대임을 감안하면 그 당시 문신을 한 사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어떠했을지 짐작할만하다.그런 사람들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자신의 몸에다 그런 것을 새기고 다닌 사람들 역시 대단하다면 대단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유명한 문신사 호리야스의 자식들로 태어나 엄청난 문신을 몸에 새긴채 살아가던 삼남매중 한사람이 잔인하게 피살되면서 기괴한 살인의 서막은 시작된다.

등에 오로치마루라는 커다란 뱀을 새긴채 평범하지않은 삶을 살아가던 노무라 기누에는 그 시절 상당히 파격적인 문신대회에서 당당하게 등을 보이고 1등을 차지한 후 처음보는 마쓰시타 겐조에게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는 말을 남긴 채 끔찍한 피살체가 되어 겐조앞에 나타난다. 또한 이미 죽은 줄로 알고 있었던 기누에의 오빠이자 지라이야 즉 개구리문신을 등에 새긴 쓰네타로가 죽은 기누에의 사진을 보고는 단숨에 사건의 이면을 간파하고 사건해결을 장담하지만 그 역시 잔혹하게 문신이 벗겨진채로 발견되고 강력한 용의자였던 기누에의 정부 역시 죽음으로써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는 모양새가 된다. 이 모든 사건에는 삼자견제의 모양새를 띤 문신이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고 모든 문신사들 사이에서 한사람의 몸에 전부를 새기는게 터부시 되던 삼자견제를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들의 몸에다 새겨넣은 호리야스의 본심에도 의혹이 가는 가운데 삼남매중 마지막 남은 기누에의 행방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데...

시절이 변해도 인간의 본질은 그다지 변하지않은것 같다.

모든 살인의 배후에는 치정이나 복수 그도 아니면 돈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시대를 막론하고 지금 역시 거의 모든 살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역시 이 세가지인걸 보니 인간이란 원래가 이렇게 생겨먹은 족속인가보다.

이 으스스한 살인사건들 역시 문신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 독특하긴하지만 그 살인의 배후는 이 범주를 벗어나진 못한다.

그 시절 여자의 몸으로 등에 커다란 뱀의 문신을 한채 살아갈 정도로 당차고 기가 쎈 기누에 역시도 사랑앞에선 그저 평범한 여자일수 밖에 없었다는 설정은 통속적인듯 하지만 설득력이 있었고 문신이라는 다소 특이한 소재를 이용하고 문신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마니아의 등장, 문신이 새겨진 사람에게서 그 문신을 폭력적인 형태로 가져간다는 다소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강수를 두어 사건전체의 그림을 보는 눈을 흐리게 한 범인의 천재적인 지략도 모두 멋들어지게 어울린 한 판 승부였다.

다만 나온지 오래된 책이기에 왠만한 트릭과 범인의 수법에 익숙한 독자라면 중간 이후에 범인을 짐작할수있다는 점은 좀 아쉽기는 하지만 책이 나온 시대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파격적인 소재에 통속적인 동기가 잘 어울러진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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