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3
애너벨 피처 지음, 김선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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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은 가정의 불운은 단순히 그 아이를 잃은걸로 끝나지않고 그 가정이 해체되는경우가 많다.

특히 부부중 한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불의의 사고로 당한 경우라면 그 배우자를 원망하고 서로를 증오하다 결국은 헤어지는 수순을 밟는 경우가 허다한데 얼마전에 인기리에 끝난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그런 경우라고 할수있다.

다행이 드라마여서인지 그 가정은 해체까진 가지않았지만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까지 그 집안에는 웃음조차 없었다는걸 알수 있는데 아마도 현실에는 더하면 더하지않을까 싶다.

이 책 `누나는 벽난로에 산다`는 제목에서 주는 코믹 명랑함이 아닌 2005년 지하철을 비롯한 연쇄폭발로 온세계를 경악케했던 테러사건으로 사랑하는 딸을 잃고 그 딸을 못잊어 괴로워하는 부모를 지켜보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열 살 제임스는 살던 런던을 더나서 시골로 가지만 아빠와 누나 세식구만 가게되는 현실이 싫다.

엄마가 다른 남자와 새로운 생활을 하기로 결정하고 가족을 떠난데다 아빠는 늘 술에 취해 살고 있고 친구를 사귀는 게 좀 서툰 제임스에겐 새로운 학교생활이 편치않아서인데 이 모든일의 원인은 5년전에 테러리스트에 의해 일어난 폭발로 누나이자 쌍둥이중 한사람인 로즈가 죽었기때문이다. 너무나 충격적인 그 사건은 그날 하필이면 그곳을 가고자 결정했던 엄마로 인한거라고 늘 엄마를 원망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더 이상은 견딜수 없었던 엄마가 매일매일 전쟁같은 싸움을 벌이는것도 힘들지만 부모님이 오랫동안 슬픔에 잠겨 남아있는 두아이인 쟈스민과 제임스를 돌아보지않는다는 사실이 두아이는 더 슬프다.

게다가 제임스는 그 사건이 일어났을때 불과 5살남짓이기에 그 슬픔을 이해하기엔 로즈누나의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나지않는데 그런 제임스의 마음을 부모님은 이해하지못하고 유골함을 벽난로 위에 두고 마치 늘 로즈가 있는것처럼 대화를 하면서그 슬픔과 애도를 아이들에게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제임스가 시골로 전학와서 하필이면 처음 사귄 친구가 모슬렘인 수냐..아버지는 절대로 이런 제임스를 이해하지도 용서하지도 않을거란걸 알기에 늘 조심하지만 이런 조심도 허사인것이 아버지는 술에 빠져 일자리도 찾지않고 제대로 깨어있지도 않다.제임스는 이런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마침내 큰 결심을 하는데...

사랑하는 딸을 잃고 비탄에 잠기고 슬퍼하며 무너져 내리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런 부모를 지켜보며 자신들을 돌아보지않는 부모때문에 흔들리는 아이들의 심정이 절절하게 나타나 있다. 문제는 그 슬픔이 너무나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어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기엔 지쳐버린 아이들...그 아이들은 이제는 새로운 출발을 하고 웃을수 있는 행복한 가정이 되길 간절히 원하지만 한번 깨어진 부모님의 관계는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와 달라서 돌이키기 힘들다.

사람들은 힘든일이 지속되면 마침내 탈출구를 찾기 마련인데 여기선 그 탈출구란게 엄마는 새로운 남자를 찾아 새 인생을 사는것이고 아빠는 술에 빠져 모든것을 잊어버리는 것.. 두 사람의 슬픔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남아있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는 조금은 잔인하고 이기적인 처사가 아닌가 싶다.

늘 내일은 다른 날이 될거라는...떠나간 엄마가 크리스마스엔,그리고 자신의 생일엔 꼭 찾아오리라는 간절한 믿음으로 늘 창밖을 응시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서글프다.

애완동물을 잃어버리고선 마침내 부모의 슬픔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더 이상 옛날의 가족은 없으리란걸 깨달고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래서 더욱 안스럽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가족으로 부터 잊혀진 아이들의 슬픔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갖는 상실감에 대해 너무 잘 표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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