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잔해를 줍다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 전세계는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나라가 많아졌고 그 빈도도 확연히 잦아졌음을 굳이 통계를 이용하지않더라도 체감할수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재해에서 안전한 나라가 아님을 알수있는것이 평소엔 그렇게 큰 태풍이 잘 오지도 않지만 오더라도 우리나라 내륙에 상륙했을시엔 그 세력이 현저히 약해져서 약간의 피해만 받았었는데 올해에만도 엄청난 세력의 태풍이 곧장 우리나라에 상륙해서 초토화를 시켰고 그런 태풍이 3개나 연속해서 오는 바람에 피해가 말도 못하게 컸었던걸 기억한다.이 책 `바람의 잔해를 줍다`는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한 초특급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직접 맞닥뜨리고 피해를 입었던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책이다. 작가와 가족이 직접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어서인지 현장감이 있고 생생한 느낌이 살아있어 2011년 전미 도서상,2012년 미국 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알렉스상을 수상하는등 각종 수상에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15살 에쉬는 아빠와 두 오빠 그리고 막내인 주니어와 함께 외진 숲속에 있는 집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다.

엄마는 막내인 주니어를 낳은 후 돌아가셨고 남자들에게만 둘러쌓인채 살아가지만 그녀가 여자라는 배려가 전혀 없는 아빠와 오로지 자신이 키우는 투견인 차이나에게만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스키타오빠,그리고 농구로 대학진학을 꿈꾸는 착하지만 눈치가 없는 큰오빠 랜들과 형들이나 에쉬의 뒤를 졸졸 쫒아다니며 모든것에 참여하고픈 막내 쥬니어는 모두 한집에 살아가면서도 각자의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모든 고민을 가슴에 담은 채 항상 외로움을 느낀다.

그녀의 외로움속에는 자신의 몸만 취하고 마음을 주지않는 매니오빠로 인한것이 대부분인데 그를 만나고부터는 거절하기 힘들어서 그냥 자신을 내주던 일을 그만두지만 매니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늘 외면한다.

이들이 사는지역은 몇년간 허리케인이 비켜가던 곳이어서 또다시 발생한 허리케인소식에도 별다른 걱정도 없이 조치를 취하지않지만 큰 허리케인을 겪어본 아빠만이 걱정을 하면서 이런 저런 대비를 하던중 사고를 당해 손가락이 절단되는 부상을 입게 되고 다른곳으로 피해가리라 예상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곧바로 그들이 사는 곳으로 향하면서 한순간에 쑥대밭이 되는데..

허리케인이 오기전의 기록부터 허리케인의 참상과 그 후의 기록을 실감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글을 쓴 작가 역시 흑인이어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가난에 허덕이는 현실 그리고 10대의 흑인들이 어떤 생각과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적나라하게 표현했는데 좀 충격적이다. 갓 10대를 넘어선 나이에 겪는 첫경험,섹스에 대해 그들이 갖는 생각등은 같은 10대라도 생활하는 환경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한다.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보잘것 없는 존재인가를 보여주면서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가족에의 사랑을 재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되지만 모든걸 쓸고 가버린 허리케인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모든 의욕을 꺽여버린 아버지와 대조적으로 임신을 확인하고 떠나가버린 매니로 인해 외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에쉬에게 빅 헨리가 하는 말은 희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그리고 생사확인이 안되는 차이나를 끝가지 기다리겠다는 스키타의 말에서도 희망적인 메세지를 엿볼수있다.

어리고 철이 없는듯이 보였던 오빠들이 엄청난 재해를 당하고 난 뒤 뿌리가 깊은 나무처럼 굳건한 태도를 보여주는 모습에서 이제는 이들 젊은이들의 세상이며 이들이 앞으로의 희망이라는 걸 짐작할수 있었다.

생생한 묘사와 실감나는 표현 그리고 내내 자조적으로 들리던 에쉬가 자신의 임신을 입밖으로 표현하면서 스스로를 인정하는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쓸쓸하면서도 어둡지않고 희망을 얘기하는 책이어서 너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