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4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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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유난히 예민했던 난..밤이든 낮이든 시계소리가 그렇게 거슬렸엇다.

이상하게도 마치 무슨 음율처럼 들리고 내 귀에만 그렇게 크게 들리는 소리를 다른 사람들은 별로 인식조차 안한다는게 이상하기 그지없었는데 그때부터 알았던것 같다.내가 다른사람보다 더 예민한 청각을 가졌다는걸...

그런 인식은 상당히 불편함을 초래했다.멀리서 들리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문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기척들..날개짓들..

그런 여러가지것들은 평소엔 별로 의식을 안하다가 어느 날엔 갑자기 모든 소음들이 의식되기 시작하면서 밤에 잠을 못이루게 만드는..나에겐 고질병과 같은 증세였는데...그 모든것이 내가 심약하다는 증거로 생각되어 더욱 날 짜증나게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건 내 맘대로 어쩔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사람마다 다 의식하진않지만 남에게 이야기하긴 싫은 그런 부분이 있듯이 나 역시 예민한 청각이 그러한 경우일뿐이라고 자위하지만..그런 내게도 고치기 힘든 버릇은 꼭 그렇게 한 밤이 되어야 책에 몰입하게 되고 그 무섭다는 호러나 미스터리소설을 한밤에 홀로 깨어 읽는 취미를 버릴수가 없으니..읽다가 온갖 소리에 예민해진 내가 결국 날이 밝아서야 겨우 눈을 부치기 일쑤고 그러다보니 아이가 지각하는 일도 제법 된다.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할말이 없는 부분이다.이런 반성에도 불구하고 어젯밤에도 홀로 깨어 이 책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을 읽었으니...손에 들면 끝을 봐야하는 법

 

우리의 도조겐야선생이 체면불구하고 받은 추천장을 들고 뱀의 마을,혹은 허수아비마을로 불리는 산골마을에 이르고

안그래도 며칠전부터 동네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속이라 예민해진 마을사람들에게 포위를 당하지만 의사선생의 도움으로 간신히 그 마을의 유지가문인 가미구시가의 큰집에 머무른다.그리고 그때부터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벌어진 이상한 살인사건들..마치 자살인듯하기도 하고 타살로도 보이는 사건인데 더욱 음험한고 오싹한 느낌이 드는건..이른바 밀실상태의 살인인데다가 죽은 자의 입안에서 이상하기 그지없는 물건들이 끼어져있고 ..안그래도 밤이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는 으쓱한 마을에서 그 마을의 최대 지주인 가가치가의 혼령받이 쌍둥이인 사기리의 생령에 씌였다는 아이도 나와 더욱 주변에 불온한 공기가 떠돈다.이야기 전편을 흐르는 으쓱하면서도 목덜미가 섬뜩한 기운은 마치 안개처럼 마을 전체를 감싸고 돌고 마을에서는 예전부터 사라진 아이가 제법 있고 이상한 일들이 연속으로 발생하고 있던 터라 염매며,생령,혹은 허수아비라는 존재를 믿는 사람들과 그들을 부정하면서도 맘속 깊이엔 그 존재들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않는 알력이 존재한다.그러한 때에 마을에서 이틀동안 사람이 한짓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음산한 사건이 발생했으니...과연 그들이 믿고 두려워하는 염매가 나타난것일까?

 

그의 책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란 책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것 같다.

표지의 괴기스러움을 제외하고서도 제목에서 주는 위압감이며 내용 전편에 흐르는 그 마을 특유의 배타성과 집단 신앙과도 같은 존재인 마을의 유지가문과 새롭게 떠오르는 신가문간의 대립 ..그속에 꽈리를 틀고앉아 사람들간의 악의를 이용하는 악귀와도 같은 사람들...이 책에서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고 마치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가 있으며 그 존재를 떠받들고 계속 이어가려는 집단과 마음속에 어느새 이성적인 판단이 들어서 그 존재를 부정하는 집단간의 대립이 그들 마음속에 있는 공포와 두려움을 먹이삼아 이상하고도 기괴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구조인걸 보면 결국 책속에 나오는 악령이나 두려움의 대상만 다를뿐 같은 포맷이 아닌가 싶다.그래서인지 처음으로 책을 접했던 `잘린 머리`에 비해 어느정도 범인의 윤곽을 짐작할수 있었고 그 사정을 이해하고 깨닫을수 있다는 점에선 역시 전편보다 아쉬움으로 남는 책이었다

그저 오늘도 눈치라곤 없이 피해자 유족들을 상대로 선문답하는것처럼 단숨에 범인을 가르키지않고 혼자만의 유희에 들떠서 허둥대는 도조의 익살스러움이 더 귀여워졌다는 점만 다를뿐...

그럼에도 작가의 광범위한 모태신앙이나 다양한 민속학에 대한 이해와 방대한 지식은 놀라울따름이고 그가 다른사람의 입 혹은 자신의 글을 빌려 풀이하는  마을의 유래와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음엔 또 어떤 공포스러운 존재를 끌어다 보여줄지..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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