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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다니엘 포르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참으로 기발하다.
죽음의 종류 역시 기발하기 그지없다.페이지페이지 마다 죽음이 쌓이고 쌓이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이 피를 흘리는 잔혹한 살인이 아닌 그저 일상에서의 죽음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아니다.그래서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 일상의 한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되지만 이 남자 주변에는 너무 많은 죽음이 있어 본인조차도 당혹스러워 한다는걸 알수 있다.거기다 뜻하지않게도 연쇄살인범까지 그의 주변을 멤돌며 그와의 접점을 이루고 있어 경찰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여러나라의 책을 읽어보지만 역시 유럽쪽 소설은 우리와의 정서 차이가 커서인지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것이 유머를 가미한 소설일 경우는 그 차이가 더욱 커서 도대체 어디에서 웃어야할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으니..역시 유머코드만큼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에 밀착한것은 없는것 같다.그래서 아무리 그 나라에 오래 살았어도 그 나라의 유머를 이해하는게 그렇게 어렵다고들 하나보다.
느닷없는 연인의 이별통보를 받고 비틀거리며 길을 걷는 그의 뒷통수에서 방금 그가 있던 곳을 차로 들이박아 죽은 남자가 있으니 그 당시엔 몰랐지만 그가 바로 연인의 또 다른 남자...그런걸 보면 이 남자 불운한듯 하면서도 운이 좋은것 같다.
글을 쓰고 좋은글을 쓰고 싶어하면서도 알콜을 탐닉하며 모든것을 미뤄버리는 남자는 운동을 하고 정신과 의사와 면담을 하면서 연인과의 이별을 극복할려고 하지만 정신차려보니 주변에는 시체가 쌓여만 가는것 같다.물론 자연사가 대부분이고 간혹 그의 개입으로 촉발된 살인도 있지만..그럼에도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와 무관한 일..그는 이 모든게 귀찮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연쇄살인범의 정체는 충격으로 다가오는데..
연인과의 결별이 그에겐 여러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주변에서 연이어 벌어진 죽음들도...머리를 새로 하고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고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그리고 옛친구에 연락도 새로하고...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지만 그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건 역시 연쇄살인범과의 조우였다.
그리고 실연의 상처에서 허우적대다 조금씩 변화하게 되는 그에게 과연 구원의 손길은 다가올까?
그나마 복권에 1등 당첨된 이야기가 제일 웃겼다.얼마나 신나고 얼마나 허무하든지...그의 분노가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페이지마다 죽음이 나오고 언급되는 색다른 재미를 주긴하지만..역시 블랙 유머를 이해하기엔 나에겐 좀 어려운 과제인것 같다.소심하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한 남자의 실연 극복기...
나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