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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ㅣ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최초의 기억은 홍수로 늘어난 물에 빠져 휩쓸릴뻔한 것을 어른들이 간신히 잡았던 것인데..나중에 어른들께 물어보니 그곳은 우리집도 아닌 외갓집이었고 내 나이 4살 즈음이었다고 한다.그때의 기억은 그것외엔 없는걸 보면 그 사건이 아마도 어린 나이의 나에게도 엄청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그러고보면 어릴때의 기억이 그다지없는걸 보면 참 평탄한 인생을 살았나보다.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기억이 없는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이 책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의 마녀처럼 나역시도 내 추억을 저당잡혔던건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만 아는 곳이 있다.어른들은 모르지만 아이들은 은연중에 어른들에겐 쉬쉬하며 모두가 알고있는곳..
바닷가마을 절벽밑에 위치하고 있어 눈으로 봐서는 보이지않지만 빨간지붕의 그곳에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해왔던거랑 전혀 다른 은발에 만화주인공처럼 돌돌말린 머리를 한 마녀가 살고 있고 아이들의 추억을 담보로 맡아주고 돈을 주고있다.그렇게 되면 맡긴 추억은 아이의 기억에서 소실되지만 20년간 보관하고 있다가 원하다면 빌려간 돈을 받고 추억을 돌려주는..그야말로 전당포역활을 하는곳이다.추억전당포
여기에 드나들던 리카는 마녀에게 평안함을 느끼고 자주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추억은 절대로 맡기지않는다.그런 리카가 이곳을 드나들며 알게 된 이야기는 평온해 보이던 자신의 반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가 메이라는
의외의 사실이었고 그녀를 도우면서 친해지게 되지만 그런 그 둘에게도 남자로 인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추억을 맡기는 아이는 대부분이 괴로운 현실에서 도망가거나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찾게 되는 경우이고 그렇게 맡긴 추억은 자신의 기억에서 소멸되고 만다.사람의 기억이란 결국 자기방어기제가 작용해서 스스로가 감당할수 있는 부분까지만 기억하거나 약간의 조작을 할수 있도록 되어있는걸 보면...여기에서 스스로 자신의 괴롭거나 힘든 추억을 저당 잡힌다는 발상은 기발하고 깜찍하기까지하다.우리모두는 그렇게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스스로 괴로운 현실에서 피하기 위해 기억을 저당잡히고 결국에는 저당 잡혔다는것까지 잊어버리는...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아이들에게 괴로힘을 당한 기억이나 엄마를 싫어해서 엄마와의 추억을 하나씩 저당 잡히거나 이밖에도 이런저런 고민을 저당잡히는 아이들처럼..
자신이 원하면 추억을 돈으로 바꿀수 있다면 난 어떤걸 맡길까...?
항상 기발한 소재로 반짝반짝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본작가들의 솜씨에는 늘 감탄하게 된다.